▲ 서해성 소설가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수상한 죽음
-몽테스키외의 죽음에 부쳐

오늘 몽테스키외가 죽었다.
파리가 아니라 비내리는 서울에서 그가 시신 없이 사망했다.
경찰은 그렇다면 그가 죽은 게 아니라고 돌아가버렸다.

오늘 몽테스키외가 실종되었다.
그가 한 동안 한국에 머물렀던 건 분명한 모양이다.
형사들은 몽테스키 외(外)에 누가 더 없어졌느냐고 묻더니 가버렸다.

오늘 샤를 루이 드 세콩다 몽테스키외가 사라졌다.
여의도에서 효자동쪽으로 가던 중 행적이 묘연하다.
무전기를 든 사내들은 킬킬거리면서 해장국을 먹으로 가버렸다.

오늘 몽테스키외 남작 2세가 증발했다.
삼각자를 파는 문구점 주인들은 아는 듯도 했다.
누군가 초등학생들이 읽는 사회교과서에서 삼권분립이라는 글자를 파먹어버린 게 원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오늘 몽테스키외가 죽었다.
1755년에 죽은 그가 다시 죽었다.
오늘 몽테스키외가 서울 어느 골목에서 장대비 속에 형체 없이 타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