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액 병기’ 표결 반대… “숨어 있던 주휴수당 32시간 드러나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마지막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측이 최저임금에 월급을 병기하는 안에 대한 표결처리에 반대하면서 전원 퇴장했다.
최저임금위는 29일까지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이처럼 파행이 빚어지면서 올해 최저임금 협상도 법정시한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7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를 포함한 사용자 위원 9명은 “최저임금 결정 단위에 대한 표결을 강행키로 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전원 퇴장했다.
최저임금위는 공익 위원 9명과 노동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결이 이뤄지려면 과반수가 참석해, 과반수 찬성이 돼야 한다. 단, 노사 각각 위원 3명 이상이 참석해야만 성립된다.
“주휴수당 월급여로 따지면 기존 100만원에서 116만원…16만원 늘어”
최저임금위는 지난 18일 열린 제5차 회의에서 현재 시급으로 결정되고 있는 최저임금에 월급을 병기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용자 위원측은 법리상 문제와 급격한 기준 변경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지난 23일 열린 제6차 회의에서 공익위원 측은 “예년과 같이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결정하고 월급액 병기는 추후 면밀히 검토하자”는 중재안을 냈다가 25일 열린 7차 회의에서는 공익위원측이 월급 병기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사용자측이 격렬히 반대했고, 노동계가 결정 기준은 시급으로 하되 고시에만 내년도부터 월급을 병기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결국 노동계의 타협안으로 표결처리하자 사용자측이 반발해 집단 퇴장 한 것이다.
사용자측이 월급병기에 반대하는 이유는 월급으로 표기하게 되면 숨어 있던 주휴 수당이 드러나게 된다. 시급으로 할 경우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평균 177시간 정도 일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월급으로 병기할 경우는 209시간이 된다. 그 이유는 똑같이 주5일,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하면 토, 일 양일 중에 하루는 유급 휴무가 된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8시간 월 평균 32시간이 더해져서 월평균 209시간이다. 월급을 병기하면 이 숨어 있던 주휴 수당 32시간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를 급여로 계산하면 시급 100만원이었던 노동자 월급여가, 116만원으로 16만원이 늘어난다.
“최저임금 인상률 줄이기 위해 협상 전술적으로 퇴장한 것”
이와 관련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26일 ‘go발뉴스’와 통화에서 “월급 병기 문제를 가지고 사용자측이 반발해 집단 퇴장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이것이 사용자가 주지 않아도 될 임금을 더 준다거나 사용자가 부당한 제도로 피해를 입는다면 모르겠지만, 이것은 그냥 ‘준법’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가 월급병기에 반발한 것은) 그동안 행해져온 불법을 눈감아 달라는 것”이라며 “그동안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던 것을 그대로 묵인하지는 것밖에 안된다. 어처구니없는 것”이라고 사용자측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용자측이 고시에 월급액 병기를 반대할 이유도, 논리적 근거도 정당성도 없고, 실익도 없다”며 “사실상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협상에 앞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전술적 퇴장이 아니었나 싶다. 인상률을 줄이기 위해 사전 포석으로 월급액 병기안을 시비 삼아 퇴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장 중요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사용자측에서는 ‘동결안’을 제시했고, 노동계에서는 ‘시급 1만원’안을 제시했다.
오는 29일 노사정 최저임금위원회를 열고 임금인상률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지만,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회측에서 조정안을 제시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는 사용자측과 노동계의 입장이 여느 해보다도 강경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