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유지현 위원장이 <MBC> ‘100분 토론’에 돌연 취소 통보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보건노조는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이 실패를 꼬집으며 연일 비판 목소리를 높여온 바 있다.

9일 보건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 2일 ‘100분 토론’ 측은 녹화 당일 「메르스 긴급진단」 편에 유지현 위원장을 긴급 섭외했다. <MBC>측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메르스 초기대응 논란·메르스 괴담 오해와 진실·병원 내 감염·방역시스템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12시 24분 ‘100분 토론’ 팀은 “시사제작국장으로부터 홀드 연락을 받았다”며 “오늘 (출연) 요청 건은 취소 드려야 할 것 같다.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녹화를 7시간여 앞두고 돌연 출연 취소를 통보 받은 것.

당시 섭외 연락을 받았던 보건의료노조 배은주 선전국장은 ‘go발뉴스’에 “‘홀드됐다’고 하기에 아이템 자체가 연기됐고, 다른 아이템으로 대체 방송되는 줄 알았다”며 “막상 방송분을 보니 유지현 위원장만 빼고 진행이 됐더라. 황당했다”고 밝혔다.

배 국장은 “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정부 당국의 초기 대응을 비판해왔었고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었다”며 “그런데 그 부분이 빠지고 방송됐고 유 위원장이 출연 취소된 걸 볼 때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을 때 문제가 될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 한다”고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 MBC 해당 프로그램 방송 화면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메르스 발생 초기부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며 ▲정부 부처를 넘어서는 컨트롤 타워 필요 ▲메르스 발생병원과 발생지역 명단 공개 ▲정부의 대응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 등을 강력 촉구해왔다.

실제로 2일 방영된 ‘100분 토론’에는 당시 쟁점이었던 ‘병원명 공개’, ‘정부 초기대응 질타’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과 관련, 비판 여론과는 달리 정부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들이 전파를 탔다.

패널로 나왔던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교 교수는 ‘병원명 공개’와 관련 “병원 공개를 했을 때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며 “외래 진료 가정에서 절대로 다수의 환자들에게 감염시킬만한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믿고 병원을 이용하는 게 일반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의료진에 한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환자가 거친 병원, 입원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시기 노출 여부가 중요하기에 일반인 공개는 득이 없고 의료진에게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 공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또한 ‘정부가 뭔가 숨기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는 진행자의 말에 광우병 사례를 예시로 들으며 “보건당국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약간의 잘못, 초기단계에 미흡했던 것들이 질병 통제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좋지 않은 정보를 국민에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의 급작스런 출연 취소에 대해 <MBC> 홍보실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따로 전달받은 게 없어 ‘100분 토론’ 팀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go발뉴스’는 이에 출연 취소 사유를 듣고자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100분 토론’ 제작진은 <PD저널>에 “당일 메르스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애초 준비했던 ‘메르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 분량을 대포 줄이고 신종 전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주로 대담 내용을 변경하면서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에 출연요청 취소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 비판’ 패널 취소 소식에 네티즌들은 <MBC>를 향해 비난 반응들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