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광장으로 나온 500여명의 시민들이 “정부에게 마지막 남은 단 한 번의 기회”라며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시행령안 폐기를 주장했다.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가 이루어지면 즉시 시행된다.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시행령안 폐기하라”, “끝까지 안전사회 우리가 만든다”, “숨기려는 자가 범인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했다.

단원고 故 김수진양 아버지 김종기씨는 “참 모질고 참 질기다. 이 나라는 왜 이렇게 악랄한 쪽으로 질깁니까”라며 “우리 아이들 죽은 이유 알고 싶다고, 그 시행령을 제정해달라고 이렇게 외치는 데 왜 이렇게 방해를 하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 ⓒ 시사타파

김씨는 “진상규명 제대로 할 수 있는 시행령을 제정해 달라고 삭발을 하고, 빗속에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그리고 답을 듣고 싶다고 물대포 캡사이신을 맞아가며 (청와대로) 향할 때 저희를 경찰 병력으로 탄압하고 폭도로 몰아붙이고 과잉진압을 했다”며 “이 정부와 국가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겁니까”라고 외쳤다.

그는 “이런 정부, 이런 국가가 필요할까? 국민을 모욕하고 무시하는 이런 정부는 필요 없다”라며 “아직 정부에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 도장 찍지 말고 시행령 폐기하라. 마지막 남은 단 한 번의 기회다”라고 경고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도 “특조위에게 생명이라 할수 있는 것은 정부부처로부터의 독립성이다. 그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정부에게 마지막 남은 기회가 있다. 대통령이 아직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대통령이 서명하고 공표해야 효력을 가진다. 대통령에게 요구한다”라며 “정말 진상규명이 두렵지 않다면, 당신이 아무 잘못도 없다면 이 개떡같은 시행령을 철회하고 떳떳하게 조사 한번 받아보라.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마지막 기회를 당신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자의 지역에서 ‘세월호 참사’를 알리기에 나선 시민들의 발언도 잇따랐다.

마포구의 한 주민은 무대에 올라 “지난달 21일부터 촛불, 서명, 간담회 등을 해오고 있다. 촛불 잇기를 시작할 때 몇 명 없던 촛불이 나중에는 서 있을 조차 없을 정도였다”며 “함께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이 있다. 여러분들의 지역에서 작지만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도 한 추모의 방식이다”라고 밝혔다.

▲ ⓒ go발뉴스(나혜윤)

대학생 청년단체 소속인 권혜인씨는 “특위 모니터링단을 꾸렸는데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특위는 조사해야 될 대상이 아니라 정부에 맞서 싸워나가야 할 단체가 됐다”며 “저희끼리만이 아닌 더 많은 대학생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많은 이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권씨는 “저희에게 확신이 있다. 거지 같은 언론과 쓰레기 같은 정부의 눈속임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진실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고 확신한다”며 “대학생들이 더 큰 결심으로 벽을 부수고 길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외쳐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한편, 집회가 마무리 된 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촛불을 함께 든 시민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포옹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