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후보자는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박 후보자는 당시 수사 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대법관으로 부적절하다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럼에도 정 의장은 4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여야의 입장이 있겠지만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압박했다. 

 

정 의장은 또 직권상정에 반대입장을 보인 새정치연합을 향해 “청문회가 끝난 시점이다. 경과보고서 문제는 (반대)의견을 첨부할 수 있고, 의견 없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그 결과를 듣고 의원들의 본회의장에서 양심상 찍으면 되는 것인데, 그 노력에 있어서 여러분들이 미진하지 않았느냐”고 야당 책임론을 제기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상옥 대법관 인준안은 국회의장께서 직권상정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6일 본회의에 직권상정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국회의장께 건의 드리겠다”고 ‘직권상정’을 공개예고했다. 

 

인사청문회법 9조에 따라 3일 내에 경과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국회의장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자동부의할 수 있다. 부의된 임명동의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면 본회의 표결이 가능해진다. 새누리당은 현재 160석의 의석수를 가지고 있어, 새누리당의 단독처리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직권상정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다수의 현직 법관과 수백 명의 법조 인사들이 박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 당의 입장도 그와 같다”고 반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후보자의 임명 반대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민주적 가치와 질서에 관한 문제”라며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박 후보자의 임명처리 문제가 급물살을 타게 되자 새정치연합의 원내대표단도 바빠졌다. 이와 관련 우 원내대변인은 이날 ‘고발뉴스’와 통화에서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은 안된다고 강력히 항의를 했다”면서도 “새누리당과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한다면 뾰족한 대책마련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본회의장 물리적 점거는 현재로선 불가능 하고 본회의 표결 전 전원퇴장 등의 대책을 염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의당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박원석 의원은 4일 ‘고발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문제도 아니고 인사 문제를 가지고 직권상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의당은 표결 참석 여부 및 추후 대응방안을 놓고 6일 본회의에 앞서 의총을 열 계획이다. 

 

박상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물고문은 (고문 경찰)혼자서도 가능하다”며 다소 개성(?) 있는 답변을 내놓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박 후보자의 경력이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