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팩트TV 김준영 기자

유 장관과의 면담에 앞서 일부 유가족들이 청사 화장실을 쓰겠다고 경찰에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를 제지하며 진입을 막자, 분위기는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전명선 위원장이 “정식 절차를 통해 면담을 신청하겠으니 가족들이 화장실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에 저지당했다.

이에 성난 일부 유가족들이 출입문을 넘자, 경찰은 이들을 끌어내리며 강제로 연행하기 시작했다. 유가족과 경찰들이 뒤엉킨 청사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경찰은 유가족들을 막무가내로 끌어내며 준비된 호송차에 태웠다.

▲ 사진제공= 시민활동가 김종천씨

이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가 실신했고, 고 구보현양의 어머니 김경애씨는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유가족은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1시간 가량의 실랑이 끝에 6명이 연행되고 5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의 무분별한 저지에 유가족들은 결국 불만을 터트렸다. 전날 1박 2일 도보행진으로 피로에 지친 유가족들은 “기자회견 협조는커녕, 언론사 카메라들까지도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에 과잉진압에 몇몇 유가족들은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추가 인력을 투입하며 청사 앞을 이중삼중으로 둘러쌌다. 이날 청사를 찾은 세월호 유가족은 130여명. 이들을 막기 위해 투입된 경찰은 300여 명이다.

오후 3시 30분, 경찰이 무전을 통해 ‘유가족을 싹 쓸어버려라’는 막말을 한 것이 알려지자 유가족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전명선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유가족들을 쓸어버리는 말이 할 말이냐. 정부가 아이들을 죽이더니 부모들까지 죽이려고 한다”며 분노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연행된 가족들을 태운 호송차가 지나가지 못하게 서로 팔짱을 낀 채 바닥에 누웠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하라”, “세월호를 인양을 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맞대응했다.

▲ 사진제공= 시민활동가 김종천씨

그러나 경찰은 누워있던 유가족들의 사지를 잡고 강제 연행하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이 몸부림치며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경찰에 의해 호송차에 태워졌다. 상황이 나빠지자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박주민 민변 변호사가 경찰에 연행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양측이 논의하는 와중에도 유가족들의 연행은 계속됐다.

난장판이 된 청사 앞은 오후 4시 50분이 되서야 정리되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의 요청에 경찰은 연행된 유가족들의 신원을 확인한 후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5시 되자 유가족들은 해수부 앞에서 예정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 전명선 위원장은 “분노합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그는 “자식들이 왜 죽었는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안산에서 멀리 해수부까지 찾았는데, 정작 유가족들을 맞이한 것은 경찰이고 꽉 막힌 정문이었다”고 비난했다.

전 위원장은 “누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위해 있는 국가이고 기관인지 모르겠다. 구해달라는 국민들은 구해주지 못했으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호화스럽게 지은 청사에서 무엇이 두려워 꼭꼭 숨어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유족은 정부 주도의 여론조사를 통해 선체 인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유기준 해수부장관의 인터뷰를 거론하면서 “오늘 기사를 봤느냐. 장관이 자기 자식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오후 5시 50분경 전명선 가족협의회 위원장, 박주민 변호사 등 대표자 6명은 해수부 회의실에서 유기준 장관과 의견서 전달을 위한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면담은 해수부의 요구에 따라 모두발언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