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의 주요 성과로 소개한 보건·의료·제약 회사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실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한겨레> 보도와 관련, 보건복지부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자의 취재내용이 담긴 이메일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9일과 10일, 13일 세 차례에 걸쳐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9일 정부가 국내 제약사가 사우디 쪽과 모두 2000억 원 규모의 성과를 올렸다고 발표했지만 이 수출 예상액 2000억 원이 정부가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막연히 꾸며낸 수치라고 전했고, 이어 10일에는 “2000억 원의 수출 계약을 맺은 사우디 SPC사가 설립된 지 막 1년을 넘긴 신생 제약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13일에는 “SPC와 함께 사우디에 항암제 공장을 짓기로 한 국내 제약사가 최근 해당 사업을 중단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이어 보도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12일 <한겨레>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보건복지부는 SPC에 대해 “사우디 빈라덴 그룹 산하 보건의료 사업을 전담하는 Healthcare Development Holding(HDH)의 자회사”라고 해명하면서 ‘사우디 HDH가 한겨레신문사에 보낸 메일 중 일부’라며 SPC가 HDH의 자회사인지를 묻는 한겨레 질문과 이에 대한 HDH의 답변 등을 공개해버렸다. 해당 이메일은 HDH에서 한겨레신문사에 송부하고, 복지부에 사본 송부했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이에 해당 보도를 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에 대해 3차례 보도를 했고, 그 이후에도 정부와 사우디 제약사 관계에 관한 의혹을 후속 취재 중이었는데 이메일을 공개한 건 명백한 취재 방해 행위고 이해 안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표면적으로 한겨레 보도의 허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이메일을 공개했다고 하는데 다른 근거를 통해 허구성을 밝혔어야 했다”며 “개인 메일도 아닌 한겨레 취재 메일을 공개 한 것은 취재를 더 이상 못 하도록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최 기자는 “앞으로도 해당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취재를 계속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 청와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 지부도 성명을 내고 “취재 중인 언론사 기자의 이메일 내용을 임의로 공개일은 정부 부처의 노골적인 취재 방해 행위이자 언론 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겨레 지부는 “정부기관이 취재중인 언론사 기자의 이메일 취재 내용을 공개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고, 언론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정부기관의 퇴행적이고 위험한 언론관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며 “정부기관이 기자들의 사적인 이메일까지 가로채 공개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줘 언론사의 취재와 보도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임이 자명하다”고 질타했다.

또 <한겨레>는 19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처럼 정부가 기자와 취재원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 기자의 취재 방향과 업계의 누가 취재에 응했는지 등이 낱낱이 드러나게 돼 관련 업계 사람 누구라도 언론의 후속 취재 때 몸을 사리게 될 게 뻔하다”며 “공익을 대변하여 권력의 잘못된 사용을 감시하려는 언론의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 취재와 관련한 정부의 관여나 고발이 잇따르고 있는 점을 보면, 이번 일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며 “복지부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언론관이 얼마나 저급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