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시민활동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정부가 공적인 비판까지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12일 오전 8시 사이버수사대 소속 수사관 2명과 군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8명을 보내 군산시 산북동에 소재한 박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박씨가 전단지를 인쇄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동 A인쇄소도 찾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박씨는 지난달 2일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 4000여 장을 제작해 군산 시내 아파트에 뿌리거나 시민들에게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 경찰이 12일 오전 8시경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대구·군산 지역 등에 배포한 사회 활동가 박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제공: 박씨)

앞서 박씨는 지난달 16일 시민단체 회원 2명과 함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 경북도당 앞에서 동일한 유인물 수십 장을 배포했다. 이에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대통령 비방물을 제작한 혐의로 박씨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그러나 박씨는 출석을 거부하고 경찰서 민원실에 개사료를 보냈다.

경찰은 이날 박씨의 자택에서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와 컴퓨터 파일, 휴대폰 등을 확보했다. 인쇄소에서는 인쇄 주문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들을 토대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씨는 “주권자인 국민을 섬겨야할 대통령이 마치 전제군주 행세를 하는 현실에서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까지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씨와 일문일답.

▲ 박모씨가 배포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

Q. 압수수색 영장 내용은
“영장은 군산지법에서 발부됐다. 대통령 명예훼손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명시돼 있었다. 지난달 대구에서 대통령 비방 유인물 배포 혐의로 출석 통보를 받았는데 응하지 않고 대신 개사료를 보냈다. 계속 조사에 응하지 않으니 대구 쪽에서 요청해 압수수색이 진행이 된 것 같다.”

Q.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된 이유는
“차량에 전단지를 꽂았다는 게 이유다. 우편함에 꽂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대상이 차량이면 경범죄처벌 사유가 된다고 한다. 전단지를 몇 개의 차량에 꽂았다는 것을 경범죄로 여겨 압수수색까지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본다.”

Q. 전단지를 배포한 이유는
“박 대통령이 실정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정리했을 뿐이다. 박근혜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닌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다. 전단지에서 사실을 조작한 것은 없다. 오히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썼다. 국정이 똑바로 운영되기를 바라는 민중의 열망을 넣었을 따름이다.”

박씨는 “이번 압수수색의 목적은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뿌리는 이들을 겁먹게 해 전단지 확산을 막으려는 것 같다”며 “민주시민들은 이에 말려들지 않고 더더욱 이 전단지를 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색을 맞추기 위한 일환으로 정권에 눈치보기식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 같다”며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