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성 교수 “징벌권만 행사하는 국가, 강자를 위한 나라”
정부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재벌 총수들에 대해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가석방‧사면 카드’를 꺼내들자 재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나서 ‘재벌총수 사면론’에 힘을 실었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재벌총수 사면론’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지만 정권 차원의 ‘경제 살리기’ 올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기업인 사면론’은 아직 꺼진 불이 아니다.
천문학적 금액을 횡령한 대기업 재벌들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우리사회. 그러나 생계형 경범죄를 저지르고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돈이 없어 결국 ‘노역형’을 살거나 ‘징역’을 살 수밖에 없는 ‘빈민층’에게 우리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벌금 낼 돈이 없는 ‘극빈층’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 은행’을 기획한 서해성 교수(성공회대)는 “양극화가 고정화되면서 우리나라 5% 미만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소멸 돼 가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의견 개진이 없고, 정치인들도 관심이 없다. 이런 사회는 망조든 사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09년 기준으로 벌금형 선고 이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의 숫자는 43,199명에 달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생계형 경범죄를 저지른 소년소녀가장, 미성년자, 기초생활수급자들이다.
서 교수는 “벌금형은 감옥에 가지 말라는 것인데 국가가 다시 벌금을 못 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두고 있다”며 “이는 국가의 형벌권의 취지가 무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go발뉴스’와 서해성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장발장 은행’ 기획하게 된 배경은
“3~4년 전부터 교도소 강연을 다녔다. 너무 황당한 이유로 징역을 살고 있더라. 벌금 50만원을 내지 못해서 감옥에 들어와 있더라. 당시 충격 받았다. 이도저도 안 되면 혼자라도 할 생각이었다. 200만원으로 한 사람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Q.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우리가 이 부분에서 국가의 징벌권에 대해 생각 해봐야 한다. 국가는 징벌만이 아닌 관용하는 힘도 있어야 한다. 재벌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용하면서 왜 약자에 대해서는 관용을 못하는 건가. 벌금형이란 것은 신체형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노역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신체를 착취해간다. 간단하게 말하면 자유를 박탈하는 거다. 1년에 4만명 이상 자유를 박탈당한다. 이걸 이대로 놔두면 사회나 국가는 변하지 않는다. 바꿔야 한다고 계속 외쳐야 하는 이유다.”
Q. 현대판 ‘장발장’에 우리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너무 간명하다. 국가라는 것이 율법체제에서 왔다. 율법체제는 기본적으로 징벌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징벌권만을 행사하는 국가는 회초리나 채찍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강자의 국가다. 사회가 이들을 도와줌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우선, 교도소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 아닌가. 또 이들이 사회를 믿고 사회적 모성을 느낌으로써 삶의 동기를 갖게 될 것이다. 국가는 징벌권을 행사하지만 사회까지 그래선 안 된다. 약자에게 손을 내미는 사회가 따뜻한 사회다. 돈 없는 사람들을 굶어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약자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사회는 폭력사회일 뿐이다.”
Q. 시민들의 기부로 은행이 운영되는데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 앞서 쌍용자동차 노동자 등 사측의 손배가압류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한 ‘손잡고’ 프로젝트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주셨듯이 어떤 포인트가 되면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장발장 은행은 개인과 단체의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며 대출기간은 6개월 거치, 1년간 균등 상환을 기준으로 하며, 심사를 거쳐 즉시 대출이 진행된다.
장발장 은행은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운영위원회에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인재근 의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임용환 신부, 송영삼 전 광주지방교청정 청장, 권보드래 고려대 국문과 교수 등 13명, 대출심사위원회에 김희수 변호사,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7명이 참여한다.
장발장은행 계좌 : 하나은행 388-910009-23604
장발장은행 홈페이지 : www.jeanvaljeanbank.com
장발장 은행 관련 문의: 02-2273-9004 (인권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