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논란이 됐던 형법상 간통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형법 제정 1953년 이후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간통 혐의로 기소된 심 모 씨의 사건을 심리하던 의정부지법이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한 사건과 17건의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며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는 지난 1990년부터 1993년과 2001년, 2008년의 헌재 결정에서 모두 합헌 결정을 받으며 존속되어 오다 5번째 만에 폐지되게 됐다.

헌재는 간통죄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사적 영역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반(反)한다는 것이다.

이날 헌법재판관들 중 박한철 헌재소장, 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다수 의견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국가가 간통을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 헌법재판소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소수 의견으로 간통죄 존치를 주장했다. 두 재판관들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그 동안 간통죄로 사법처리 된 5400여명이 공소취소나 재심 청구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지난해 5월 헌재법 개정으로 마지막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10월 30일 이후 간통죄로 재판에 넘겨져 형이 확정된 이들은 재심이나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