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4년을 마무리하는 칼럼에서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비선실세’ 논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등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을 맡고 있는 백 교수는 30일 출판사 창작과비평 홈페이지에 ‘광복 70주년, 다시 해방의 꿈을’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백 교수는 “유달리 어두웠던 2014년”이라며 “4월 16일의 세월호 침몰사고가 국가적 사건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지를 수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깨달은 것은 또 하나 있다. 국민들이 애통하고 분노하며 변화를 갈망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라며 “세월호사건을 겪었다고 일대 전환이 당장 이루어질 사회라면 애당초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 사회라면 쉽게 전환하고 개조될 사회일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또한 “‘비선실세’와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 논란이 표상하듯이 정권의 난맥상은 실로 엽기적 수준”이라며 이른바 ‘정윤회 비선 파동’을 지적했다.

▲ ⓒ 백낙청 교수 페이스북

특히 백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을 ‘87년 체제’의 위기로 진단했다. 그는 “(통진당 해산을) 파시즘의 복귀라고 단정한다든가 반대로 통진당 옹호가 될까 두려워 미온적인 비판에 그치는 것은 정권의 꽃놀이패에 걸려드는 일”이라며 “(그렇다고) 체념하거나 이제 물리적 투쟁만 남았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태 또한 집권층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이어 “헌재의 이번 결정도 그 양면적 성격을 두루 보아야 한다”며 “1987년의 민주화는 독재를 끝장냈지만 독재의 토대가 되었던 분단체제를 허물지는 못했기에, 민주적 법치주의 원리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헌법을 빈껍데기로 만들 수 있는 위험은 87년 이후에도 여전히 남았던 것이며, 87년 체제의 민주헌법에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면헌법’이 수반했던 것“이라 분석했다.

백 교수는 또 “체제말기적 혼란의 핵심에는 87년 6월항쟁 최대 성과인 직선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의 위기가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87년 체제 최고·최강의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거의 모든 여타 헌법기관의 권위와 권능을 무시하는 행태를 견지하고 있다”며 “그 때문에 정권의 통치력이 강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대통령 권력 자체의 급속한 무기력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핵심적 위기요 혼란의 진원(震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의 민주헌정 의식이 원래 희박한 점과, 누구 말대로 집권플랜만 있었지 집권 후의 통치플랜은 없었던 준비부족 및 통치능력의 결여, 그리고 어느 누가 하더라도 발본적 전환 없이는 수습이 안 되는 체제말기적 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힐난했다.

백 교수는 글 말미에 “아아, 청춘의, 청춘의 피가 끓는다”는 ‘독립행진곡’ 일부를 인용하며 “새해에는 다시 해방을 꿈꾸는 피 끓는 청춘을 많이 만나고 싶고 남녀노소가 해방을 위한 적공(積功)의 길에 “발맞추어 함께 나가자”고 노래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