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한·미·일 3국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공유 약정’에 미리 서명을 해 놓고도 이를 숨기고 29일 체결하는 것처럼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29일 “약정이 이날 새벽 0시부로 체결과 동시에 발효됐다”며 “이 약정은 한·미, 미·일 양자협정에 명시된 제3자와의 정보공유 관련 조항을 근거로 미국을 통해 비밀정보를 공유하는 방법과 절차를 수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현안보고에서는 지난 26일 이미 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약정에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보공유 약정문 서명은 미국이 23일, 일본이 26일에 했으며 우리나라도 26일 오후에 했다”며 “절차상 시간이 필요해 (발효일은) 29일로 했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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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6일에 기자들과 만나 약정이 곧 체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미 미국은 서명을 완료하고 한국과 일본도 서명을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던 것이다.

이에 이날 국방위 여야 의원들은 국방부의 ‘밀실 급습 처리’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오늘 중에 차관이 서명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미 26일에 서명을 했고 오늘 0시부터 발효된 상태”라며 “국방부가 국민의 알 권리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도 “왜 사전에 국방위와 논의도 없이 미리 서명하느냐. 사후약 방문이냐”고 비난했다.

황진하 국방위원장은 “만약 26일 서명했으면 국방장관이 사전에 이야기했어야 한다”며 “장관이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 장관은 “행정 절차상 의원들께 미리 고지를 못 드리고 오해가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30일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사흘 만에 자신들의 발표를 뒤집고 26일 서명한 사실을 국회에 뒤늦게 실토한 국방부의 행태는 명백히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사전보고를 했다가 반대여론에 밀려 약정 체결에 차질이 생길까봐 거짓발표로 국민을 속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박 대변인은 “국가간 협정을 국회 동의를 피하기 위해 기관간 약정으로 전환한 꼼수도 기가 막히지만 국회를 완전히 허수아비로 만든 것은 묵과하기 힘들다”며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문책을 촉구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2012년에도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밀리에 처리하려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결국 협정 체결이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