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4명이 언론사와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 <한겨레>가 “판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다른 언론사들에 대한 소송과 고소 등을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24일 <한겨레>는 ‘망신살로 끝난 청와대의 언론 상대 소송’이라는 사설을 통해 승소 사실을 알리며 청와대의 무분별한 언론사 상대 소송을 비판했다.

이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4명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이튿날인 지난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진도체육관 방문을 다룬 <한겨레>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정보도와 8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김 실장 등을 피해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겨레>는 “법원의 이번 판결은 학계 이론이나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춰 볼 때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공직자에 대한 보도에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의도적 악의’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 법률적 상식인데, 기사에 이름 한 자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서서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냈으니 그것부터가 ‘한 편의 코미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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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청와대가 소송을 제기한 언론사는 <한겨레>만이 아니다”며 “세월호 사건 당시 보도를 문제 삼아 <CBS>를 상대로도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최근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보도와 관련해서는 <세계일보>, <동아일보>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줄줄이 고소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가 이처럼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관련 사안에 대해 해당 언론사는 물론 다른 언론사들의 입까지 틀어막는 수단으로 소송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빈번한 소송 제기를 힐난했다.

<한겨레>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화살을 돌려 “김 실장 등이 하필이면 ‘명예’를 들먹이는 것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며 “세월호 사건 같은 대형참사가 일어났는데 대통령에게 대면보고조차 못한 것이야말로 비서실장으로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불명예”라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처리 과정에서 보인 김 실장의 어처구니없는 태도 역시 비웃음의 대상”이라며 “진실로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소송에 앞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온당한 선택”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아울러 “청와대는 한겨레에 대한 소송 패소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래서 지금이라도 다른 언론사들에 대한 소송과 고소 등을 취하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그나마 더 이상의 창피를 면하는 길”이라며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할 것으로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