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20대 남성이 수능 시험 중 겪은 불미스러운 일을 인터넷에 폭로했다. 이 남성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살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문제의 글은 18일 오전 수능 정보 공유 사이트인 ‘수만휘’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사수생인 최모씨다. 최씨는 자신의 수능 수험표 사진과 함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1월 30일 오후 10시 마포대교 위 생명의 다리에서 목숨을 끊겠다”며 “학생의 힘이 이렇게 약할 줄 몰랐다. 도저히 억울해서 죽음으로 세상에 알려야겠다”라고 적었다.

최씨의 사연은 이렇다. 수능시험이 치러진 지난 13일 최씨는 서울 강동구에 있는 둔촌고등학교에서 4번째 수능 시험을 보고 있었다.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최씨는 여러 차례 휴학을 하면서 수능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제는 3교시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 일어났다. 교탁 바로 옆인 3분단 맨 앞자리에서 영어 듣기 평가를 풀고 있던 최씨는 갑자기 들리는 휴대전화 진동소리에 깜짝 놀랐다. 최씨가 있던 고사장 감독관으로 들어온 박모 교사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뒤 교탁 밑에 둔 것이다.

▲ 18일 오전 최씨가 수능정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 캡처. ©수만휘닷컴

휴대전화 진동소리에 지장을 받은 최씨는 영어 시험이 끝난 후 박 감독관에게 항의했다. 최씨에 따르면, 이에 박 감독관은 “내 것이 아니라 학생의 가방에서 울렸다”고 답했다. 최씨가 고사본부로 찾아가 이를 알리자 박 감독관은 끝까지 자신의 핸드폰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결국 고사본부가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최씨와 함께 시험을 치룬 수험생들의 소지품 검사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가방에서는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최씨는 “감독관의 뻔뻔함에 눈물이 나는 걸 참으며 과탐 시험을 봤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시험을 망쳤다”고 호소했다. 결국 수능 시험을 모두 마친 후 다시 고사본부를 찾아 “감독관의 핸드폰임을 똑똑히 봤는데 감독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최씨의 항의 끝에 감독관 전체회의가 열렸다. 박 감독관의 휴대전화 통신내역을 조회하기로 의견이 모이자 그제서야 박 감독관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울렸음을 결국 시인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주위에 떠밀려 웃으면서 사과하는 박 감독관의 모습에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며 “박 감독관에게 전화와 문자로 ‘시간과 비용,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보상을 하고 교사로서의 처분을 받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5일이 지나도록 연락을 잘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 ©수만휘닷컴

최씨는 수능 이후 박 감독관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함께 게재했다.

문자 메시지에는 박 감독관이 최씨에게 보낸 “시험 결과가 있어야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겠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자”, “너(최 씨)보다 교탁이랑 더 가까운 15번 학생은 왜 이런 말을 안 할까, 다른 학생들도 시험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어”, “수능 고사실 감독관으로서의 책임은 지겠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에 최씨는 “(앉은 자리가) 교탁에서 가장 가깝다는 건 자리 배치표만 봐도 안다. 사람마다 민감도가 다를 수가 있고, 본인의 잘못을 인지했다면 피해자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은 알지 않겠느냐”고 맞섰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사장 내 휴대폰 반입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수험생의 경우 해당 고사장 감독관이 시험 시작 전에 휴대폰, 전자시계, MP3 등 시험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물품들은 모두 수거 해둔다. 시험 도중 해당 물품이 발견이 되면 즉시 퇴실조치가 되고, 당해 수능 성적은 무효처리 된다. 감독관들 역시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은 사실관계 여부가 확인 되는대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박 모 교사의 부주의가 인정돼 조만간 징계를 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