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주범 교사 아닌 일류대 진학 위한 대학입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교육 수장이 된 후 학교현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선행학습 얘기다. 교육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예견했던 일이다. 나는 지난 2월 21일 ‘선행학습 금지법, 그 시행 목적이 궁금하다’라는 글에서 이 문제를 제기 했던 일이 있다.(☞해당 글 바로 읽기)
선행학습이 무엇인가? 교육이란 학습자가 발달단계에 따라 학습할 내용을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작성한 프로그램 즉 교육과정에 따라 학습이 이루어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정규 교과과정에서 배울 수업내용을 미리 사교육기관에서 학교 진도에 앞서 배우는 게 선행학습이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에 따라 배워야 할 내용을 학원에서 미리 배웠으니 학교에서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학원의 돈벌이 욕심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봉이 되는가 하면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잠자는 곳이 되고 만 것이다.
사교육업자의 욕심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교조차 황폐화된 현실. 선행학습이 문제라면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사교육기관에서 선행학습을 못하게 해야 하는 게 옳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학원은 그냥 두고 학교에서만 선행학습을 못하게 하면 공교육이 정상화될까?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 기관은 선행교육 광고를 하지 못하고, 초중고교와 대학의 입학 전형은 교육 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으면 선행학습금지효과가 나타날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학교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수학능력고사에 맞춰 교육을 하고 있다. 엄연히 초·중등교육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교육과정을 두고 인생의 운명을 바꿔놓는 상위법이 되고만 수능이라는 괴물이 교육과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진도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과정대로라면 다음해 2월 졸업 때까지 교과서 진도를 나가야 하지만 수능일정에 맞출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학교는 수능과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한 개점휴업상태다. 수능 끝난 고 3학생은 신분은 학생이지만 교육과정이며 교칙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교원단체에서 학기제를 포함한 교육과정개정을 수없이 요구했지만 쇠귀에 경(經) 읽기였다. 견월지망(見月忘指)도 유분수지 이제 와서 수능을 두고 교과서 진도표와 시험문제가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었다고 문제 삼는 건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세상이 다 아는 일을 교육부만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선행학습이란 학원에서 미리 다 공부한 내용을 학교에서 다시 듣기 싫어서 엎드려 자는 한심한 교육현장을 수십년동안 지켜본 교육부가 ‘선행학습 금지법’를 만들자 마치 그런 사실이 어제 오늘 일어난 것처럼 방정을 떤다는 것은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교육부가 없어야 교육이 산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실감이 난다.
교육부가 선행학습을 금지해 공교육울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는 입시개혁부터 해야 한다. 일류대학이 인생의 운명을 바꾸는 관문으로 만들어 놓고 거기서 생기는 온갖 파행을 덮어둔 채 애먼 교사들만 닦달한다는 건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교육부는 알아야 한다. 선행학습의 주범은 교사가 아니라 자사고·특목고 입시, 일류대 진학을 위한 대학입시라는 것을. 대학서열화문제부터 바꿔라 그리고 대학수학능력고사를 자격고사화하라. 그러면 선행학습 같은 건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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