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문의 급증…건전한 공익 제보 문화로 정착해야
대선을 43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직선거법규칙에 따른 ‘선관위 포상금’ 액수가 최대 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터넷 제보방법을 묻는 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선관위가 지난 2006년 포상액을 5억 원으로 상향하는 공직선거법규칙 개정안(143조의 4)을 내놓자, 상금 지급액 및 횟수는 선거마다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선관위 제공 자료에 의하면 2007년 대선 때 지급횟수는 33건, 지급총액은 5천7백여만 원이었던 것이, 18대 총선에서는 93건, 1억 7천여만 원, 5회 지방선거에선 113건, 6억 2천여만 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법 위반관련 고발인에 대한 포상금 지급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선거범죄는 지능적이고 은밀히 이루어지는 특성 때문에 관련자의 신고·제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선관위는) 관련자의 신고·제보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 뿐 만 아니라, 불·탈법행위를 사전 예방하는 차원에서 포상금 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라고 정책 취지를 밝혔다.
‘나도 제보자다’…공익 제보자의 요건
그렇다면 포상금을 타기위해선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일까. 공직선거법규칙(143조의 4 2항) “포상금 지급 기준과 그 세부절차는 중앙위원회 사무총장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선관위는 신고인 자격을 ‘정당 혹은 상대 후보자를 제외한 자연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언론인이든 비유권자든 상관없다. 피고발인의 상대후보와 그 가족들, 그리고 실체적 정당만 아니라면, 누구든 공익제보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외규정 상의 ‘정당’도 좁게 해석해, 실체적 정당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반당원이나 당직자도 정당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면, 신고인이 될 수 있다. 단 제보자가 이미 검찰·경찰에 고발해 포상금을 수령했거나, 그 절차가 진행 중인 때, 그리고 본인이 선관위 직원인 경우는 그 범위에서 제외된다.
선거법 꿸 필요 없어, 일반 상식 어긋나면 위반 가능성
두 번째는 제보내용에 관한 기준이다. 공직선거법 제262조의 3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지하기 전에 그 범죄행위의 신고를 한 자에 대하여”라고 그 한계를 적고 있는데,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 즉 ‘범죄행위 한계’와 ‘사전 인지’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범죄행위란 검찰의 기소여부와는 상관없이 선거법에 저촉될 여지가 큰 행위를 가리킨다.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 사례에서처럼 혐의가 짙은 사안일 경우, 설사 검찰이 소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엄연히 포상금 수혜대상에 포함된다.
물론 혐의 사항이 실정법 위반행위여야함은 당연하나, 그렇다고 일반인이 선거법을 두루 꿸 수는 없는 일. 위법여부 어떻게 분별할 것이냐에 대해, 선관위 한 관계자는 “돈이나 향응이 오가는 등의 행위를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복잡한 법적 구성요건에 근거하기보단, 일반 상식에서 어긋난 행위면 족하다는 것이다
둘째 ‘사전 인지’는 “1) 단순히 언론 또는 인터넷에 방영·게시된 내용을 신고한 때, 2) 이미 신고가 되어 있는 사안과 동일한 내용을 신고한 경우, 3) 위원회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안을 신고한 경우”를 가리킨다.
지난 3월, KBS 모 여기자가 대구지역 모 예비경선 후보 측으로부터 사례금을 받은 사안에서, 당사자가 직접 보도하지 않고 선관위 고발을 선택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즉 법이 ‘신선한’ 사건을 요구하다보니, 제보를 먼저 택한 것이다.
큰 건일수록, 거액일수록 고액 포상금
선관위는 제보방법에 대해선 “사건 발생시, 성명, 주소, 위반일시‧내용‧장소 등 범죄사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자료를 제출하면 된다”라며 일반 민원절차 수준의 큰 틀을 제시했다.
헌데 보다 효과적인 제보를 위해, 또 고액의 보상금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둘 점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증거 수준’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증거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함은 기본이다. 녹취나 영상 등 어떤 방식이든 가능하다”면서 “신고내용이 수사에 도움을 주는 정도에 따라 포상금 액수가 정해질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부득불 증거를 수집 못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채증하지 못하더라도 진술내용이 사건해결에 큰 도움을 줬다면 포상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선관위 측 입장이다.
증거 유무와는 상관없이, 선관위는 사건이 접수되면 곧장 자체 조사에 착수한다. 이 때 첨부 자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자료가 없더라도 조사도중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 검찰고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설혹 새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수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처럼 제보가 수사의뢰나 검찰고발로 이어질 때, 신고자는 포상금 수령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확증자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구체적 정황진술이란 뜻이다.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보는? 증거도 없고 정황도 불명확한 신고는 자체종결로 처리돼 포상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행정조치 수준의 경미한 범죄 사안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확증과 세밀한 진술만 있으면 고액의 포상금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관계자들은 범죄 유형이나 불법 자금 정도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 중한 범죄란 허위사실유포나 금품향응제공, 정치자금법 위반 및 정당후보자 추천관련 범죄를 의미하는데, 이때 자금이 오갔다면 그 액수가 포상금 기준이라는 것이다.
건전한 공익 제보문화 정착 필요
클린 선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입된 제도라지만, 과거 카파라치 열풍이 불었던 때처럼 자칫 그릇된 양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한 앞선 모 방송국 기자 사례에서와 같이 언론의 고발 및 감시기능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언론 보도가 선행될 경우 시쳇말로 피의자들이 입을 맞춘다거나 증거인멸 할 우려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겠으나,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다거나 지나친 고발로 인한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곧은 시민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