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원내대표 사퇴.. “흔들리는 배 위 활 들고 협상”

“협상 과정서 받은 비난.. 할 말 많지만 다시 한 번 용서 구한다”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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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5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5개월 만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며 “세월호 비극의 한복판인 지난 5월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7·30 재보선 참패 이후 사퇴한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뒤를 이어 임시 당대표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내 혁신 작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달 새누리당 출신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다 당내 강경파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교수 영입이 무산되자, 박 원내대표는 탈당 의사를 밝히고 나흘간 칩거에 들어가는 등 위태로운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 여야협상을 타결 짓고, 퇴진하는 수순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사퇴로 새정치연합은 ‘원내 대표 공백’이라는 혼란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박 원내대표가 당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전문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세월호 비극의 한 복판인 지난 5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 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입니다.

어제 안산에서 만나 뵌 유가족 분들로부터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들었던 끝까지 함께 해달라는 호소가 가슴 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위원회는 가능한 빨리 출범해야합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증거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야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을 만들기 위해 벌인 협상을 일단락하며 그간 드리고 싶었던 수많은 얘기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세월호특별법 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한다고 믿었습니다. 낯선 정치에 뛰어든 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저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습니다.

2004년 국가 보안법 협상이 그랬고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7대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이 그랬습니다. 지난해 국정원 개혁법 역시 우리가 개혁특위위원장까지 맡았지만 결국 법 한 줄도 고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특별법 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진실의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빨리 제정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합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습니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 이름만 법일 뿐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편지 같은 이런 법을 만드는 일은 이제 더는 없어야겠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어 할 때 격려해주신 많은 동료의원님들 힘내라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영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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