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파란지붕은 여전히 철옹성.. 청와대는 응답하라”
세월호 참사 140일째인 2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얀 장갑을 낀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으로 모였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485만명의 국민들의 서명을 청와대에 삼보일배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후 1시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진상규명을 원하는 국민 서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 회견장에 485만개의 국민서명이 담긴 노란 상자들을 공개했다. 지난 7월 15일 국회에 제출된 4.16특별법 청원 1차 서명문(350만명)과 2차 서명문(135만명)의 취합분이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단원고 2학년 9반 유가족 대표 엄지영 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철저히 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고, 성역 없는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불법이 확인된 사람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씨는 지난 1일 새누리당과의 면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 “유가족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척 하면서 국민들과 유가족들을 편 가르기한 여당은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지난 주말을 전후해 수사권, 기소권은 위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어떠한 추가 협상안도 없음을 강조했다”며 “진실을 알 권리,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여당의 주장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학년 4반 고 김동혁 군의 엄마 김성실 씨는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에 부모들은 아이가 왜 죽어가야 했느니 알고 싶었다”며 “구조 될 수 있었던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부모로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40일 이상 단식한 아버지 김영오씨는 대통령을 만나서 대화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 길은 막혀 있었고, 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노숙하며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있음에도 대통령의 발걸음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며 울먹였다.
기자회견 후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서명 해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절을 올리기도 했다.
유 대변인은 “오늘 이 걸음은 국회와 대통령이 응답하고 국민의 뜻을 행할 때까지 걷는, 특별법을 위한 애절한 걸음이자 지금까지 함께 하신 국민께 드리는 작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유가족들의 삼보일배는 시작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미리 출동해 있던 경찰 200여명에 의해 가로 막혔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유가족을 향해 “삼보일배를 한다면서 신고 되지 않는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과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자 결국 유가족 중 한 어머니는 “경찰이라면 아이들을 지켜줘야 하는거 아니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경찰에 가로막혀 삼보일배 진행이 어려워지자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재욱 군의 엄마 홍영미 씨는 “제발 길을 비켜달라. 양심이 살아있는 대통령이라면, 국회의원이라면 양심이 살아있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줄 거라고 믿는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홍씨는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이 외쳤을 말은 ‘엄마’였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엄마들은, 아이들의 그 애끓는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며 “우리 아이들이 하늘에서 저렇게 하소연을 하고 있는데, 왜 파란지붕은 여전히 철옹성이냐”고 외쳤다. 홍씨의 울분에 유가족들은 “청와대는 응답하라”고 외쳤다.
한편 이날 ‘삼보일배’를 시작한 지 4시간 여만에 청와대로부터 ‘유가족 대표단 한 두명만 차로 오면 안되냐?’는 답변을 들은 유가족들은 정부가 “생명가지고 자꾸 흥정하려 든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유가족들은 청와대가 국민서명을 받을 때까지 ‘삼보일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오후 6시 10분경 자진 해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