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추적 60분이 광복절을 맞아 방송한 ‘검은 유골의 목소리. 나는 해방되었는가’는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제작진은 완곡한 표현으로 나는 이라는 주어를 택했지만 사실은 우리는 으로 바꿔야 할 타이틀이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발발시킨 이후 한국을 비롯해서 대만, 필리핀 등 많은 주변 국가들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징용이 이루어졌다. 그중에는 끝까지 살아남은 드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목숨을 구하지도 못했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더 더욱 드물었다.

살아서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강도 높은 노동을 강제당하고, 죽어서도 정 붙일 수 없는 이국땅에 버려진 죽음들. 물론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은 전쟁을 일으킨 일본에 있다. 그러나 징용자들을 관심 밖에 방치해온 한국정부에게도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추적 60분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실망과 분노를 갖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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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채택되어 강제징용자의 유골을 본국으로 봉환하는 양국의 노력이 모아졌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먼저 한국 쪽에서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원회를 폐지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후 한일관계는 특별히 좋아진 징후는 없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내세운 한일관계 개선도 없고, 강제징용자에 대한 책임만 내팽개친 것에 불과하다. 한국정부의 태도가 바뀌는데 일본정부가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낼 사업에 적극적일 이유는 없다. 그렇게 또 다시 강제징용자 문제는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측에서 그나마 찾아낸 2,700여 건의 징용자 유골들도 그대로 방치된 안타까운 현실을 방송을 통해 지켜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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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해방 후 6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강제징용자의 전체적인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 무리도 아니다. 결국 이제는 모두가 70대를 넘긴 강제징용자의 후손들이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여 힘들게 그 흔적을 쫓을 수밖에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일본에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사망한 한국 징용자들의 유골이 보관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더 충격적인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일본의 한 절에 모셔진 한국인 강제징용자의 유골이 유족에게 건네지던 날. 그 현장에 모인 한일 양국의 관계자들을 모두 경악케 한 일이 벌어졌다. 나무유골함을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유골은 일반의 상식과는 다른 검은 유골이 타다만 숯과 함께 뒤섞여 있었던 것이다. 보통 유골의 색은 하얗거나 옅은 잿빛을 띄기 마련이다. 유골의 주인은 일본의 탄광에 끌려간 징용자였다. 살아서의 모습이 그 검은 유골에 그대로 남겨진 것처럼 보였다.

검은 유골이나마 다행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또 다른 유족이 찾아간 곳에서는 무려 백여 명의 유골이 세 개의 유골함에 뒤엉켜 있는 상황에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한국인 징용자이긴 했지만 아버지의 유골을 구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과연 그 안에 확실히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아들은 그 유골함에서 몇 개의 유골을 추려 봉환해 가족묘에 안치했지만 참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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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검은 유골이라도, 남들과 뒤섞인 유골이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후손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는 일이다. 그나마 이제는 아버지의 유골을 찾는 후손의 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번 추적 60분의 카메라와 동행한 강제징용자들의 후손은 모두 70대를 훌쩍 넘긴 나이들이었다. 그들이 세상을 떠난다면 정부가 외면한 강제징용자들의 한을 풀어주고자 할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추적60분은 정부를 향해서 직접적인 비판이나 요구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방송내용에 절절히 그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참여정부시절 만들어진 위원회에 몸담았던 관계자의 인터뷰는 완곡하지만 피할 길 없는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의지로 보인다. 산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면 죽은 후라도 그 원한을 풀어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그것마저 외면한다면 과연 정부를 정부라 부를 수 있겠는가.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