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세대 간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젊은층에서는 보수 기피 현상이, 노장년층에서는 진보 기피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진보 후보(노무현)는 30대에서 최고(59.3%)를 60대 이상에서 최저(34.9%)를 기록해 격차는 24.4% 포인트를 기록했다. 10년 뒤에 2012년 대선(문재인 후보)에서는 이 격차가 더 벌어져 39% 포인트에 달했다.

세대간 이념의 골 심화, 40~50대 득표율은 ‘출렁’

이런 현상은 보수 후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2002년 보수 후보(이회창)의 경우 세대별 최고-최저 득표율 차이는 29.3% 포인트였지만 2012년 대선(박근혜 후보)에서는 39.2%를 기록해 세대간 보수-진보 갈등이 더 심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중간층 연령대’인 40대와 50대에서는 득표율이 크게 출렁였다. 2002년 대선에서 40대 노무현과 이회창 후보의 40대 지지율은 48.1%와 47.9%로 엇비슷했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지지율(55.6%)이 박근혜 후보(44.1%)보다 11.5% 높게 나타났다.

50대에서는 보수지지가 크게 높아졌다. 2002년 16대 대선의 경우 보수 후보(이회창) 지지율이 진보성향 후보(노무현) 지지율에 비해 17% 앞섰으나, 2012년 대선에서는 2002년에 비해 격차를 더 크게 벌리며 보수 후보(박근혜)가 진보 후보(문재인)를 25.1%나 앞섰다. 50대에서 보수 초강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수치만 단순 비교해보면 40대가 진보 쪽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짚어보면 40대에서 진보 지지율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 40대는 2002년 대선 때 30대였다.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12년 40대의 보수-진보지지 성향을 10년 전 대선과 비교해 분석하려면 2002년 30대와 비교하는 게 더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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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보수 초강세, 이것아 진보 패인

2002년 진보 후보(노무현)의 30대 득표율은 59.3%였고 이들이 40대가 돼서 치른 지난 대선에서는 55.6%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10년 동안 진보 지지율이 4% 정도 빠진 셈이다.

노무현 때 40대 였던 유권자들은 50대가 돼 지난 대선을 치렀다. 2002년 40대에서 진보 후보(노무현) 득표율은 48.1%였지만 이들이 50대가 돼서 치른 지난 대선에서 진보 후보(문재인)가 기록한 득표율은 37.4%에 지나지 않았다. 진보 지지율이 11% 정도 감소한 것이다. 보수화가 급격히 진행됐다고 말할 수 있다.

50대 유권자 수는 약 700만 명. 진보진영은 50대에서만 70만 표 이상 잃은 셈이다. 이것이 문재인 후보에게 결정적 패배를 안겨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인구구성비에서도 보수진영에게 유리한 판이 전개되고 있다. 젊은층 유권수는 감소하고, 노장년층 유권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50~60대 유권자수는 1375만명에서 1621만명으로 242만명 증가했지만, 20~30대 유권자수는 1690만명에서 1548만명으로 142만명이나 감소했다.

노장년 인구구성비 증가, 140만표 거저 챙기게 된 새누리당

여기에 평균 투표율과 득표율을 반영해보면 노장년층 유권자수의 증가로 인해 보수 후보자가 거저 챙기게 되는 표는 140만 표에 달한다. 야당이 140만 표를 20~30과 40대에서 벌충할 수 있을까. 쉬운 일이 아니다.

대선을 가정해 보자. 2030투표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 70% 이상이 되든지, 40대 지지율이 60% 중반 정도에 이르거나, 아니면 20 30 40대 결과의 합이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수준을 넘어서야 140만 표 벌충이 가능하다. 진보 진영에게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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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의 보수화. 그 이유가 뭘까. 지금의 40대는 10년 전 진보 후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노란 목도리 세대’였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 향수를 자극하는 노란 컬러를 다시 등장시켰다. 하지만 2002년 30대였던 지금의 40대에게 크게 어필되지 않았다. 오히려 50대에서는 노란 컬러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40~50대는 인구학적 의식변화, 즉 보수화가 진행되는 연령대다. 노란 컬러로 상징되는 민주화, 탈권위주의, 정치개혁 등 거시적 담론보다 일자리, 의료보험, 자녀 등록금, 자녀 취업과 결혼, 노후 걱정 등 미시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계층이다. 이상보다는 현실이, 이념보다는 민생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세대다.

50대가 ‘승부처’, ‘전략 지대'로 인식해야

급격한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는 50대. 명퇴와 정년퇴직, 사업실패, 막막한 노후대책에 자녀 결혼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고달픈 세대다. 힘들게 삶을 이어가지만 사회적 배려에서는 어정쩡하게 소외돼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청년실업에는 큰 관심을 보이면서 50대 가장 실업문제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은 50대를 ‘전략지대’로 보고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내놓았어야 했다. 하지만 50대를 ‘승부처’로 인식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보수 후보에게 내주고 말았다.

반면 보수진영은 복지공약을 대거 들고 나오며 안정을 강조했다. 이 마케팅이 제대로 먹히며 50대 표가 박근혜 후보에게 쏠린 것이다. 불안하기 때문에 그래서 안정을 갈구하는 50대의 눈에 진보진영은 기댈 언덕이 될 수 없다고 비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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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가 아니라 ‘아버지콘서트'가 필요한 상황

배제된 계층을 잘 보듬고 감싸는 타자의 사회학과 정치학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견고해져 가는 중장년 보수화를 막을 수 있다. 이 연령층을 놓칠 경우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야당은 중장년 충의 섭섭함을 달래주는 정책을 펴면서 이들과 적극 소통하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청춘 콘서트’가 아니라 ‘아버지 콘서트’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 담론 개발도 필요하다. 이번 재보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글은 지난 6월 29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와 아이엠피터, 미디어몽구 등 블로거가 참석해 진행된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