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15곳에서 실시되는 7.30보궐선거. 전반적인 분위기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세월호 위기 정국을 ‘국가개조와 인적쇄신’으로 돌파하려던 청와대의 전략이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친일논란과 민족비하 파문으로 낙마하면서 동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확산되는 ‘반 박근혜 정서’ 야당에겐 분명 호재

게다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던 정홍원 총리가 다시 국무총리로 복귀하자 주춤하던 ‘세월호 민심’이 다시 악화되는 상황이다. 여권 지지자들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민심의 분노와 지지층 이탈 현상은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반대는 각각 42% 대 48%, 44% 대 49%로 나타났다. 지난 조사에 비해 지지율은 낮아지고 반대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반 박근혜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야당에게는 호재임이 분명하다.

현재의 ‘반 박근혜 정서’를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 ‘MB 반대(70%)’ 비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잘 버텼던 이명박 정권과는 다르다. 당시 ‘반 MB 정서’에는 ‘박근혜 지지’가 포함돼 있었다. 이명박을 반대하면서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야당과 첨예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그런대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순수 MB 지지율에 ‘반 MB 정서’에 녹아있는 ‘박근혜 지지율’이 합세해 야당과 맞섰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확산되고 있는 ‘반 박근혜 정서’는 단순하다. 반대는 반대를 의미할 뿐이다. 여권 지지층의 최대 결집이 ‘박근혜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틀림 없을 것이다. ‘반 박근혜 정서’가 곧 ‘반 여당 정서’인 만큼 버티는 힘에 있어서 이명박 정권 때 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제 밥 못찾아 먹는 야당, 야당지지율 '朴 반대'보다10~15% 낮아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반 박근혜 정서’가 야당 지지율 증가로 이어질까. 그렇지 않다. ‘박근혜가 싫지만 야당도 싫다’는 ‘양비론’이 ‘반 박근혜 정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당 지지율 조사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갤럽’과 ‘리얼미터’ 등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30% 안팎에 불과하다. ‘반 박근혜 정서’(48~49%)에 보다 10~15% 낮은 수치다. ‘박근혜 반대 기류’를 야당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해 주는 대목이다.

▲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야당 지지율 증가가 ‘반 박근혜 정서’를 추동한 게 아니라 세월호 민심과 청와대 인사참사가 ‘반 박근혜 정서’를 견인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와 인사참사로 야당이 어부지리를 얻은 건 맞지만 이조차 ‘허상’일 수 있다. 선거에서 득표로 나타나는 ‘실체적 어부지리’가 아니라 표와는 무관한 ‘정서적 어부지리’로 끝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김빼기’ 목적의 ‘올드 전략’, 새누리당의 노림수

이런 분석을 7.30재보선에 적용해 보자. 새누리당의 최대 과제는 뭘까. 야당에게 드리워진 유리한 변수를 희석시키고 ‘반 박근혜 정서’ 확산이 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하려 할 거다. 이를 위해 세월호 국조특위를 적당히 무력화 시키고 국정원장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선방에 당력을 집중할 게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김빼기 작전’을 ‘병행전략’의 하나로 삼을 거라는 예측도 가능해진다. 새누리당에서는 각종 선거에서 패한 ‘올드보이’들을 대거 후보로 내세워 이번 재보선을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닌 ‘전국구 싸움터’로 변질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황식 전 총리이자 서울시장 경선후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혜훈 서울시장 후보 등 여권을 대표하는 중진들이 출사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치고 나오자 새정치민주연합도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려 든다. 야권 내 대선 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 정동영 전 대선 후보, 김두관 전 경남지사, 천정배 전 장관 등 거물급들의 이름이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이런 대응이 정말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득이 되는 걸까.

‘올드보이’ 대거 출현하면 진보유권자는 등 돌릴 것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려면 어떻게든 ‘어부지리’를 실제 득표로 만들어내고, ‘반 박근혜 정서’를 야당 지지로 최대한 치환해야 한다. ‘올드보이 전국구 싸움터’로 만드는 것이 승리를 위한 상책일지 아닐지 제대로 따져봤나 묻고 싶다.

▲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올드보이’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건 당선가능성이다. 하지만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을 놓치면 안 된다. ‘올드 끼리의 싸움’이 벌어지면 진보유권자들은 선거에 흥미를 잃게 된다.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끼리끼리 저러는구나’하는 심드렁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진보진영 유권자의 투표율이 극히 저조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번 재보선은 여름휴가 피크인 7월 말에 실시되는 만큼 투표율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올드’ 이미지가 강한 중진들을 돌려막기 식으로 공천할 경우 보수유권자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오래된 것’과 ‘과거적인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 게 보수층이다. 그러나 진보유권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비처질 수밖에 없다. ‘올드’는 진보층에게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당선가능성 있는 ‘뉴’ 찾아내는 것, 이게 야당지도부가 할 일

유리한 변수가 널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당의 ‘올드 전략’에 휘말리는 야당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알려진 얼굴이나 멋진 정치적 레토릭으로 선거를 이겨보겠다는 건 ‘보수의 방식’이지 ‘진보의 것’은 아니다. 왜 여당의 술책에 휘말려 드는 건가.

야당이 진정 승리하려면 ‘올드’가 아닌 ‘뉴’를 고집해야 한다. 당선 가능성 없는 ‘뉴’가 아니라 당선권에 접근해 있는 ‘뉴’를 발굴해 내야 한다. 이게 야당지도부가 갖춰야할 능력이고 또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유권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을 후보자로 내놓아야 한다. 이것조차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