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자연스런 죽음을 위한 마지막 배려”

“존엄사 관련 법률 조속히 마련되어야”

늘어나는 수명, 축복일까?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 환경의 개선으로 인해 우리의 수명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마냥 반겨할 수많은 없을 것 같다. 비단 노후에 닥치게 될지 모를 경제력 약화에 따른 생활고 탓만이 아니다. 가끔 건배사로도 곧잘 인용돼오곤 하는 ‘9988234’라는 덕담이 이 상황에서 떠오르는 건 아마도 그에 따른 우리의 바램이 해당 용어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있기 때문일 듯싶다. 과연 무슨 뜻일까?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만 앓다가 죽자’란 의미이다. 그렇다. 단순히 오래,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사는 것만의 문제가 전부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제 우리에겐 무엇보다 정신을 또렷이 유지한 채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이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최근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웰빙에 이어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그 누구도 노화를 막을 수는 없다. 아울러 누구든 죽기 마련이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나름 나쁜 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운동을 열심히 한다 해도 자연스레 늙어가는 육신과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질병, 사고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존엄사 김 할머니 치료비 판결

지난 2008년 국내 최초 존엄사 판결을 이끌어냈던 김 할머니 사건을 우린 기억하고 있다. 당시 병원이 가족들의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강행한 데 대해 병원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존엄사’는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의학적으로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치료를 중단하여 자연적인 죽음에 이르게 함을 의미한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에 가족들은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며 병원 측에 소송을 냈고, 2008년 11월 재판부가 존엄사를 인정했지만, 병원 측이 이에 불복하면서 2009년 6월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뒤에야 인공호흡기가 제거됐다. 병원은 그동안의 입원비와 치료비 일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연명치료 중단이 결정된 2008년 11월의 판결 시 이미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판단했다.

판결을 통해 존엄사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알다시피 이는 그 사건에만 효력이 미치게 된다. 결국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률이 절실한 실정인데, 아직 존엄사와 관련한 입법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이번 치료비 판결은 연명 치료의 시점과 범위가 어디쯤인가를 알리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 역할과 함께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존엄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듯싶다.

존엄사 관련 법률 조속히 마련되어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헌법 제 10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 권리이다. 그런데 이는 국민으로서의 권리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천부인권이기에 국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식물인간 상태로 회복 불능의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이는 인간으로서의 남은 마지막 최소한의 존엄과 가치마저 자칫 인위적으로 훼손당하는 상태일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죽음마저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인위적인 개입을 통해 억지 연명함은 무척이나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때문에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 추구를 침해당하는 결과와 다를 바 없을 테다. 따라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런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국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다행히 의학계와 정부 모두 이의 중요성을 인지,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한 지침이나 법률 초안을 마련하고, 공론화와 입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서는 연명치료 행위가 여전히 비일비재하여 조속한 입법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연명치료 중단은 기본적으로 의사와 환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환자의 명시적 의사 표시가 없고,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도 없을 때에는 가족 등 대리인에 의해 이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의 범위를 놓고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입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아무쪼록 이번 김 할머니의 병원비 판결을 계기로 존엄사에 대한 공론화가 다시 한 번 이뤄져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이 완료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 국민리포터 ‘새날’ 블로그 글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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