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하루에 1~2시간씩 한정된 기간만 일하는 이른바 ‘초유연 근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30일 고용노동부는 새로운 노동 수요와 공급을 발굴하기 위해 ‘초유연 근로(ultra flexible work)’의 기술적·제도적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초단기·유연 노동시장의 발굴 가능성을 검토해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유입 시키겠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환자를 돌보거나 가사를 하는 등의 이유로 짧은 시간밖에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개념”이라면서 “예를 들어 하루 1~2시간씩 아동 등하교를 도와주거나 카페에서 피크타임에만 일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으며 근무기간도 다양하게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일자리가 고용을 보장하고 월 단위로 급여를 지급한다면 특정 기간에만 일하는 초유연 근로제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하루 4시간 혹은 6시간씩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에 주력해왔는데,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1~2시간만 일하는 초단기 일자리 시장까지 활성화시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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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오는 4월과 5월 두 달 동안 구직자의 신원과 자격 정보 조회까지 지원하는 온라인 매칭 시스템 구축 가능성과 민간 사업자와 정부 등 사업 수행 주체, 자금 지원 형태 등을 주요 과제로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양적인 목표에만 집착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소장은 <경향신문>에 “다양한 고용 형태가 필요하긴 하지만 양질의 전일제 일자리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당장 먹고살기 위해 초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불안정 노동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상적으로 일해도 제대로 된 보수를 받을 수 없는 저임금 노동자 문제의 해결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저임금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초유연 근로’ 개념자체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한국교원대 김혜원 교수는 “초유연근로는 굉장히 생소한 개념”이라며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위해 온갖 수단을 찾아보려는 고심의 산물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의 지원보다는 시간제 근무 노동자도 노동법과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본질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도 반발했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단시간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일부는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일자리 질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본질적으로는 가장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지 못해 온 가족이 단시간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는 주력하지 않고 고용률 70%라는 수치 맞추기에만 급급하다면 여러가지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가 참고 모델로 보고 있는 일본의 경우 특정 직업 없이 단기 아르바이트로만 생활을 영위하는 ‘프리터’(free와 arbeiter의 합성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도입을 밝힌 ‘초유연근로’는 영국의 ‘자투리시간(Slivers-of-Time)’ 프로젝트 총괄관리자인 윙햄 로완이 2012년 11월 지식포럼 ‘테드(TED)’ 강연에서 제시한 모델이다.

로완은 “현대인들은 굉장한 노동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 노부모의 부양을 맡고 있거나 육아 환경이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은 하루 한 두 시간 일할 수는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사업주 입장에서도 특정 시간에 일하는 해당 지역 사람을 얻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로완은 ‘자투리 시간’ 활용을 원하는 인력의 공급과 수요를 연결해주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한 유통 회사가 ‘내일 물류 창고에서 출하해야 할 건수가 평상시보다 많으니 지원자를 기다린다’고 이 시스템에 글을 올리면 해당 시간에 일할 수 있는 노동자가 지원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