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기획사들이 자사 소속의 연예인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며 영세 상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기획사 측은 영세상인 뿐만 아니라 이를 침해한 모든 업체들을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go발뉴스’ 는 미용실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을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온라인 광고 대행업체에 홍보를 맡겨 온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광고 업체 측은 기획사와 사전 협의 없이 무단으로 연예인들의 사진을 사용했고, 연예 기획사들은 상업 활동을 하는데 있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했다며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퍼블리시티권’은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이름이나 사진 등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초상권과 차이가 있다. 초상권은 일종의 인격권으로 다른 사람에게 권리를 넘기는 양도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 반면, 퍼블리시티권은 이 권리 부분에 대한 재산적 성격을 인정해 권리를 위임할 수 있다.

영세 상인들은 광고 대행업체가 한 잘못을 왜 상인에게 책임을 묻느냐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당한 한 자영업자는 ‘go발뉴스’에 “홍보용보다는 스타일 위주의 포스팅이 이런 결과로 돌아올지 전혀 몰랐고 퍼블리시티권이라는 단어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사전 경고도 없이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정당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일부 책임이 있는 광고 대행업체는 폐업했거나 혹은 상인들이 소송을 당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 송사에 휘말린 당사자 입장으로선 답답한 상황이다.

이에 연예 기획사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은 해당 자영업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에 따른 구상권을 온라인 광고업자들에게 따로 제기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MBC'

게다가 전문 소송 업체들은 손해 볼 게 없다는 식이다. 일단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중간에 합의금을 받을 수 있거나 소송으로 가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획사들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차원에서 연예인들의 초상권을 권리를 되찾자는 의미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세 상인들만 골라서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논란에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go발뉴스’에 “실제 큰 업체들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영세 상인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법률에 저촉되는 모든 업체들에게는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무턱대고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며 “배우들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광고를 집행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이 알려진 것이 얼마 안 되고, 지금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잡음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많은 연예인들이 성형외과나 온라인 쇼핑몰 등을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장동건 등 유명 연예인 35명이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며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모두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실정법, 확립된 관습법이 없는 상황에서 ‘인정할 필요성’만으로 독점, 배타적인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퍼블리시티권의 성립 요건이나 보호 대상, 존속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어야만 비로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개념이나 사용 범위, 처벌 수위 등의 법적 기준이 정확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