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킹 개인 정보로 “휴대폰 하루 150대 팔아”

휴대폰 개통 업자와 짜고 1년 동안 115억 원어치 팔아

KT 홈페이지 해킹으로 유출된 개인정보 1200만 건이 해커 일당의 배를 불리는데 악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6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구속된 해커 김 모씨는 지난해 1월 KT 휴대전화 개통·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박 모 씨와 월 기본급 300만원과 훔친 개인정보로 휴대전화 1대 개통할 때마다 5천원의 수당을 받기로 계약했다.

이후 김 씨는 작년 2월부터 KT 홈페이지에서 회원 개인정보를 탈취하기 시작했다. 그는 ‘파로스 프로그램’을 이용한 신종 해킹 프로그램으로 많을 땐 하루 20만∼30만명의 개인정보도 뽑아냈다.

‘파로스 프로그램’은 원래 웹사이트의 취약점을 점검하고 분석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반대로 웹 해킹의 기본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다.

김 씨는 이 프로그램으로 KT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용대금 조회란에 고객 고유번호 9자리를 무작위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개인 정보를 해킹했다. 0부터 9까지 9자릿수를 무작위로 입력한 뒤 이와 맞는 고객의 정보를 모조리 빼린 것이다.

이후 박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정 모씨도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텔레마케팅 업체 운영을 맡았 정 씨는 박 씨 사무실 건너편에 텔레마케팅 사무실을 차리고 텔레마케터 20여 명을 고용했다.

김 씨가 빼낸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보유 휴대전화 기종, 약정기간 등의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텔레마케터들은 약정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회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 기기 변경을 권유했다.

이들은 일반 대리점에서는 하루에 3∼4대도 팔기 어려운 휴대전화를 이들은 하루에 수십 대씩 팔며 이른바 ‘맞춤형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박 씨 등은 텔레마케팅 사무실을 안산에도 추가로 차렸다.

휴대전화 배송을 담당한 택배기사는 경찰에서 “하루에 신형 휴대전화 150대를 배달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이렇게 1년간 판매한 휴대전화는 모두 1만1천여 대로 시가 115억 원어치다.

이런 식으로 연간 2억 원가량을 챙긴 돈으로 해커 김 씨는 포르셰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호화 생활을 했고, 정 씨와 박 씨도 수십억원대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난 1년간 빼낸 개인정보 1200만건 중 500만건은 텔레마케팅에 활용되고 나머지 700만 건은 해커 김 씨가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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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관계자는 “해커 김 씨는 다른 통신사도 마음만 먹으면 해킹할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실제로 시도는 하지 않았다”며 “박씨 일당이 KT 휴대전화 개통을 전문으로 하는데다 1년 내내 밤낮으로 텔레마케팅을 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이미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황창규 KT 회장은 이번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황 회장은 7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KT 고객정보 유출 관련 브리핑’에 참석해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사건에 대해 KT 전 임직원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고객 정보의 추가적인 유통이나 악용을 막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력하고 있으며 유출된 개인정보 내용도 파악되는 대로 고객들에게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브리핑에는 KT 최고기술책임자(CIO, IT부문장)인 김기철 부사장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황 회장이 직접 참석해 사과했다.

하지만 KT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 수사기관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넘겨받지 못했다며 유출 경로나 구체적으로 어떤 고객정보가 얼마나 유출됐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김 부사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실은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발표하기 전날 알게 됐다”고 밝혔으나 “그 이후 나름대로 유출된 경로 등을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종의 추측에 불과해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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