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서열화와 여대․지역 차별 논란을 일으킨 삼성의 대학 총장추천제가 결국 전면 백지화됐다.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삼성은 28일 발표문을 통해 “대학총장추천제로 인해 각 대학과 취업준비생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취업을 목적으로 한 스펙 쌓기 경쟁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새로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발표했지만, 대학서열화, 지역차별 등 뜻하지 않았던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어 “새롭게 시행하려던 제도를 전면 유보키로 했으니 지금까지 해왔던 제도가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직무적성검사(이하 SSAT) 전 서류전형 도입을 포함해 개선안 전부가 유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올 상반기 채용의 경우 지난해까지 이어오던 기존 공개채용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 삼성그룹 홈페이지

삼성은 “학벌·지역·성별을 불문하고 전문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열린채용’ 정신을 유지하면서 채용제도 개선안을 계속해서 연구,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SSAT 내용 개편은 그대로 추진된다. 삼성 관계자는 “SSAT 내용 개편은 논란이 된 부분과는 관계가 없어 그대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예정된 대학 방문도 이어나가기로 했다. 삼성 측은 27일 오전 전국 4년제 대학에 연락해 삼성 계열사 상무 전무급 임원, 가능하면 출신대학 동문이 직접 총장을 접견해 총장인재추천전형의 취지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삼성 임원들은 당장 27일 오후 구기헌 상명대 총장과 김희옥 동국대 총장을 접견한 바 있다.

하지만 새 전형 도입 유보 발표 후에도 방문 일정이 확정된 인천대와 경희대, 중앙대, 목포대, 경성대, 인하대, 광운대 등을 예정대로 방문한다. 삼성 측은 총장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새로운 열린채용 제도를 위한 방안을 구성하는 데 앞서 의견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발표된 삼성의 총장추천인재전형은 오는 4월 채용시즌부터 도입돼 상반기 2500명, 하반기 2500명 등 총 5000명의 신입사원 채용시 총장 추천을 받은 자에 한해 서류전형을 생략하도록 한 제도였다.

하지만 대학을 서열화시키고 지역차별, 여자대학 차별 논란과 전문대 인원 할당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의 문제와 “대학을 기업에 종속시킨다”는 등 정치권 비판이 일었다.

한편, 삼성이 총장추천제를 유보한다는 소식에 대학가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지역 국립대 총장은 “대학들이 교육부나 기타 언론들에 의해 줄세우기를 당하는 데 대해 민감해하는데 기업까지 주관적인 잣대로 줄을 세우니 더 반발한 것”이라며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쉽다. 삼성측에서 개선책을 내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삼성총장추천제도에 대해 오는 2월 5일 정기총회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서거석 대교협 회장은 “대학 줄 세우기 논란으로 각 대학 총장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며 “삼성측의 결정 역시 유보이지 ‘철수’가 아니기 때문에 예정대로 대교협 내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국대학신문>에 밝혔다.

▲ ⓒ 트위터(@dal****)

대학생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28일 ‘삼성 추천, 마음만 받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대학 서열화, 대학의 취업사관학교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삼성의 총장 추천제를 반대하고 거부한다”며 “대학을 특정 기업의 목소리에 휘둘리게 만드는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의 새로운 전형 방식 도입은 찬성하지만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인하대 박춘배 총장은 “삼성의 총장추천인재전형은 기업이 대학에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정확히 집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인원 할당 배정이 서열화로 이어지지 않는 선에서 조율돼야하는 부분을 고려해 다듬은 뒤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대학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충북지역 사립대의 관계자는 “지역 대학들 역시 대기업에 학생들을 어느 정도 추천해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삼성측이 여론의 부정적 반응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우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 지역사립대 관계자는 “지난해 전 학교가 매달려 삼성에 1명이 입사했는데, 이번에 추천인원을 8명 할당 받았다”며 “8명이 다 붙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대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노력 한다면 이전보다는 나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내심 기대했는데 유보돼 안타깝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