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닉네임 40개 뭉뚱그려 여러 개로 표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불법 대선 개입의 실체가 공판을 통해 당시 상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중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서울지방경찰청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과정이 부실하게 서둘러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병하 전 서울청 수사과장은 “당시 서울청은 증거분석이 끝나는 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과장은 이어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 등에 대한 증거분석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수사결과 발표를 준비했다”며 “분석결과가 나왔는데 그냥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오히려 국민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어 발표했지 대선 전에 맞춰 하려고 서두른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전 과장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서울청의 중간수사발표가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 보도자료에 실려있던 ‘증거물 분석결과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비방글을 발견하지 못했음’이란 문구가 ‘증거물 분석결과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비방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음’으로 바뀌었다.
이런 발표는 댓글이 발견됐음에도 마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을뿐더러, 시기적으로 대선 직전에 발표가 이뤄지면서 선거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언론 발표에 대비한 예상질의 답변자료에서는 경찰이 당시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의 컴퓨터에서 40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발견해 분석한 상태였지만 구체적인 개수를 밝히지 않고 단지 ‘여러개’로 뭉뚱그려 표현했다.
이 전 과장은 또 ‘이정희 의원 남쪽정부 발언’에 대한 비방글 등 일부 구체적인 글의 내용도 보고받은 바 있다고 시인했지만 이러한 내용은 정작 당시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