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붉은악마 펼침막 ‘정치적 행위’ 철거

붉은 악마 응원 ‘보이콧’…네티즌 ‘갑론을박’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가 내건 펼침막을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가 걸지 못하게 해 붉은 악마가 후반전 응원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붉은악마는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가 그려진 펼침막을 내걸었다. 마지막에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가 새겨진 펼침막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를 본 대회 관계자들은 붉은악마 측에 펼침막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고 실랑이 끝에 결국 펼침막을 철거했다. 이에 분노한 붉은악마는 후반전 응원을 거부했다.

축구협회가 펼침막을 떼어낸 이유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 대회 중 ‘정치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금하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축구협회 측도 붉은악마의 대형 걸개에 대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문제 삼았다.

이에 붉은악마는 SNS를 통해 “동아시안컵 한일전 후반전 응원을 보이콧한다. 이유는 대한축구협회가 위 걸개를 지속해서 강제 철거하기에 더는 대표팀을 응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 MBC 뉴스 영상
ⓒ MBC 뉴스 영상

붉은악마의 대형 걸개에 대해 일본정부는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국제축구연맹은 응원 시 정치적 주장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사실관계가 분명해지는 단계에서 FIFA 규약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동아시아연맹에 항의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일본 관중석에서는 경기 전 소수 관중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를 꺼내 들었다가 주최 측에 제지당했다.

축구협회는 당시 경기에서 욱일승천기가 등장한 것에 대해 “동아시아연맹과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붉은악마의 펼침막과 이에 대한 축구협회의 대응에 대해 인터넷상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트위터 아이디 ‘@mym****’는 “어디서 욱일기를 꺼내드느냐. 축구협회는 국민과 붉은 악마에게 사죄하라”고 말했고, ‘@FM****’는 “일본이 욱일승천기를 여전히 이 땅에서 흔드는데 그것조차 문제 삼지 않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냐. 축협은 정신차려라”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who*****’는 “일본 관중들이 욱일승천기를 치켜들자 붉은 악마가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현수막을 들어 올렸군요. 일본 눈치를 보는 축협관계자보다 훨씬 훌륭합니다”라며 붉은악마를 응원하기도 했다.

반면 신중한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다. 네티즌 ‘Actui****’는 “둘 중에 하나다. 모든 플래카드를 허용하던가, 아예 금지하던가. 나는 안중근 선생을 존경하지만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선생의 플래카드가 한일전에 걸린다면 마치 우리가 욱일승천기를 보고 흥분하는 것과 비슷한 분노를 자아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평론가 정윤수 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한일전은 총성 없는 전쟁’이란 말은 너무 위험하다 ‘제2의 박종우’사태도 걱정이지만, 그런 징계 같은 문제를 넘어서 민족 감정, 양국 역사, 민족주의 등이 혼재될 수밖에 없는 축구장에서 과연 민족 감정의 ‘강력한 표현’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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