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VIP 보고’ 문건 보도한 <중앙>기자 법정구속

검사실서 수사자료 훔친 혐의…시민단체 “공익보도 제한 우려”

검사실에 들어가 수사 관련 문서를 훔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중앙일보> 박 아무개 기자에게 징역 8개월과 법정구속형이 선고됐다.

중앙일보 박 모 기자는 지난 3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9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 침입해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의 수사자료를 훔친 혐의로 지난 7월 23일 불구속 기소됐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강동혁 판사는 29일 판결을 통해 “범행으로 확보한 자료를 모두 보도에만 썼고, 결과적으로 그를 통해 공익에 기여한 점은 참작할 만하다”면서도 “특종을 보도하겠다는 무리한 욕심에 보도윤리나 관행을 넘어선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방법이 매우 대담하고 횟수도 많은 데다 검찰의 수사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한 것으로 보여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측은 “박 기자가 확보한 자료를 보도 목적으로만 사용했고 검찰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어 법정구속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노동조합 차준홍 사무국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매우 당혹스럽다”며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회사 상황을 보면서 같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언론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공익보도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기획국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문건을 가져왔다면 징역 8개월은 다소 과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우리 언론에서 기자들끼리 동료의식을 발휘해 출입처와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기자가 출입처가 제공하는 보도자료 외에 감춰진 정보에 접근하려는 시도 자체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일보 박 모 기자는 검찰에서 확보한 문건을 바탕으로 지난 5월 16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퇴출과 이명박 대통령 하명사건 처리를 목적으로 만든 비선조직임을 단독보도한 바 있다.

중앙일보 박 모 기자가 5월 16일 단독보도한 문건. ‘노무현 정권 코드인사들의 음성적 저항으로 인해 VIP의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중앙일보 홈페이지 기사 캡처
중앙일보 박 모 기자가 5월 16일 단독보도한 문건. ‘노무현 정권 코드인사들의 음성적 저항으로 인해 VIP의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중앙일보 홈페이지 기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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