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에 문제없다?… 민언련 “대중 호기심 뒤에 숨어 개인 명예와 사생활 침해”
문화예술인들이 배우 이선균 씨 사망사건을 경찰과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가칭)는 12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영화 ‘기생충’ 등으로 이선균 씨와 함께 작업했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의성 씨, 가수 윤종신 씨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을 요구했다.
봉준호 감독은 성명서를 통해 “故이선균 배우의 피의 사실이 언론에 최초 노출된 시점부터 2개월 동안 경찰의 수사 보안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 규명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이선균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수사 과정에 나온 여러 보도 역시 적법한 범위 내에서 취재된 것이 맞는지 특히 KBS보도는 어떻게 정보가 누출됐는지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이원태 감독은 또 정부와 국회를 향해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요구와 질문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제가 된 보도와 관련해 KBS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고인의 사망 배경과 (보도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며 보도에 문제가 없으며 삭제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KBS는 “11월 24일 故이선균 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을 최대한 절제한 것”이라며 “사용된 녹취는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관련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기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2월 29일자 “‘경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썼다’ 이선균 죽음에 사회적 흉기된 언론”이란 제목의 신문방송모니터에서 “KBS는 마약 음성 판정 결과보다 이선균 씨와 유흥업소 실장 A씨와의 친분을 강조하고, A씨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펼치고 있는 경찰 조사에 힘을 실은 것”이라며 “하지만 두 사람의 사적 친분이 마약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더군다나 이 씨 측에서 A씨의 주장이 ‘악의적 비방’이며 ‘허위 사실’이라고 밝히는 상황인데 직접적인 증언 대신 개인 사이의 대화를 공개한 KBS 보도는 대중의 호기심 뒤에 숨어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