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도망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밤 청문회 도중 여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하면서 청문회가 파행됐다.

이날 김 후보자는 자신과 연관돼 있는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 지분을 소유한 딸의 주식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요구에 “출가한 딸은 청문회법상 (정보제공) 제외 대상”이라며 제출거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청문회 의미를 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식의 태도를 유지하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사퇴를 하시라. 본인이 범법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아니라면) 증명을 해야지 못하면서 자료 제공도 못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김 후보자의 태도를 지적했고, 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감시다”라며 청문회장 퇴장을 종용했고, 김 후보자는 청문회 자료를 챙긴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저지로 다시 자리에 앉았고 소란이 이어지자 권 위원장은 밤 10시50분께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50여 분 후 회의가 속개된 이후에도 김 후보자와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6일 오전 10시부터 전체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속개할 예정이지만, 김 후보자와 여당 의원들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민주당 청문위원인 김한규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야당 의원들이 후보자의 태도와 자료 미제출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런데 어제는 김행 후보자가 ‘안 낼 거예요’라고 소리를 지르면서까지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차원”에서 권인숙 위원장이 후보자에게 주의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의 반발에 대해 “(권 위원장 발언은) 당장 사퇴를 하라기보다 자료 제출을 적극적으로 해야지 후보자로서의 의무다 라는 취지였는데, 일부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에도 없다가 갑자기 들어와서 ‘나가자’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퇴장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청문회 파행 이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행’방불명>이란 제목의 SNS 글을 통해 ‘김현숙 장관의 마지막이 줄행랑이었다고, 김행 장관 후보자의 처음도 줄행랑일 줄,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당혹감을 표현했다.

용 의원은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도망치는 게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며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했다.

이어 “김행 후보자는 지금까지도 제출 거부하고 있는 자료들 다 준비하셔서, 내일(6일) 국회에 다시 오시라”라고 적고는 “아니, 차라리 지금 도망치시면서 하늘 한 번 보시고, 크게 숨 한 번 쉬시고 사퇴하시는 게 더 낫겠다”고 꼬집었다.

그러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성상품화, 2차가해, 여성혐오 언론을 만든 선정적 황색저널리즘의 대명사인 위키트리 부회장이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며 “부끄러운 줄 알면, 도망치지 말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