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수능, 킬러 문항’ 사태와 관련해 “애초에 대통령께 잘못된 보고를 넣어서 이번 모의평가가 어려웠다고 해서 이 사태를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단이 잘못되면 해법이 올바를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6월 모의평가에서 국어가 킬러 문항 때문에 어렵게 출제되었다고 해서 대통령의 지시를 불이행 했다고 많은 담당자들이 면직되거나 교체되었는데, 정작 공개된 채점 결과에 따르면 작년보다 만점자가 4배가 많다고 나왔다”며 “이것이 시사하는 점이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적어도 드러난 통계상으로는 이유 없이 면직되고 명예가 실추된 사람들도 누군가의 부모이고, 전문가이고, 가장”이라며 “정치적 주장을 위해 개인 하나하나를 희생시켜 나가면 100만 공무원 중 누가 책임있게 국가를 위해 일하겠냐”고 꼬집고는 “오직 면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공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문가적인 양심에 따라 문제를 출제할 사람이 사라지고 면피하고 방어적으로 출제하는 사람이 수능을 출제하면, 그것은 입시, 교육 대혼란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교육부가 추린 '킬러문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도 28일 자 “대통령-대통령비서실장-(장관)-비서실 출신 차관”이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윤 대통령이 누구에게 무슨 얘기를 듣고 ‘킬러 문항’에 귀가 꽂혔는지 모르겠으나 자신이 지시한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고 분노한 모양인데 정작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멀쩡하고 이번에는 차관도 멀쩡하고 다만 대학 입시 담당 국장이 경질되고 교육평가원장이 교체됐다”고 짚었다.

그러고는 “위기를 모면한 이 장관은 대통령을 향해 ‘최고의 입시전문가’ 운운하며 이 정부에서 장관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송 위원은 특히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the buck stops here(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팻말이 놓여있다. 좋은 말”이라며 “그러나 윤 대통령이 한 번이라도 이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면 도대체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자문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형사상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탄핵을 당하는 것 말고는 책임질 방법이 없다”며 “그러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담당 장관이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 정부에서는 대통령도 책임지지 않고 장관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상에 책임지지 않는 장관 자리만큼 좋은 자리가 어디 있겠나”라며 “그러나 그런 장관은 자칫 핫바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송 위원은 또 “(탈원전 폐기 정책 관련해) 교체된 산자부 2차관 자리에 대통령실 비서관이 갔다”고 짚고는 “곧 대거 차관 인사가 있을 예정인데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줄줄이 가는 모양”이라며 “이런 차관들이 장관의 말에 귀를 기울일 리가 없다. 오로지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말에만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대통령실이 직접 차관을 상대하는 국정이 이뤄지고 국정의 지휘도는 대통령-대통령비서실장-(장관)-차관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지휘도는) 검찰의 지휘도”라며 “스스로 판단에 따라 일하고 그 일에 책임지는 장관 따위는 괄호쳐버려야 이런 지휘도가 성립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