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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서해성] 5.17과 5.18. 같은 시간, 다른 역사
서해성 작가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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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25  15:17:53
수정 2023.05.25  16: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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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5.17과 5.18은 같은 날이다. 여기에는 신군부 학살세력의 시간 기만이 작동하고 있다. 

1980년 5.17은, 그러니까 5.18 그날 자정 직후 5.17 조치는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계엄사령관 포고령으로 계엄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국회가 해산되고 대학은 휴교령이 내렸다. 모든 정치, 사회활동이 금지되었다. 신군부는 이날 국가 통치권을 완전히 찬탈했다. 방송은 유신 선포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금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말을 반복해서 내보냈다. 그 후 ‘생업’이란 말은 다시금 노예의 언어가 되었다. 

12.12에 이은 제2차 쿠데타는 0시가 아니라 24시에 시작되었다. 군부는 날짜 해석을 24시간 소급하여서 사전에 자행한 예비 검속과 압살 행위를 정당화하고자 했다. 1980년 5.17은 이렇게 ‘하루 늦게 소급’해서 닥쳐 왔다. 

5.17과 5.18은 동일한 시간에 성립했지만 그 주체에 따라 하나는 쿠데타, 하나는 시민항쟁이다. 쿠데타는 5.17을 24시로 기산하고 있고, 5.18은 당연히 0시다. 하나의 자정이 두 개 시간으로 역사에서 나뉘어 있는 셈이다.  

5.17과 5.18은 숫자는 달라도 같은 날이다. 이 기이한 일치와 불일치는 시간 모순을 고통스럽게 형용하고 있다. 분과 초도 다르지 않은데 서로 전혀 다른 시간을 품고 있는 것이다.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간인데 기록 날짜가 다르다. 

역사에서 물리로써 시간은 존재하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역사란 인간의 시간이다. 인간이 기억하고 기록하는 시간이다. 물리의 시간은 규칙을 가지고 엄정하게 흘러간다. 인간의 시간은 씨앗을 잉태한다. 그래서 역사는 과거이면서 현재다. 그 시간의 씨앗이 낳은 게 현재인 까닭이다. 

   
▲ 서해성 작가

학살자들은 역사에서 하루를 훔쳤다. 불법과 폭압을 감추기 위한 발상이었다. 5.18은 이 완강한 시간을 부수면서 성립했다. 광주가 파괴한 것은 ‘하루’였다. 같은 시간이 어떻게 형질 자체가 변화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일찍이 없던 일이었다. 이것이 시간 주체다. 시간의 주체를 어떻게 세우는가 하는 문제가 역사다. 그날 이후 5.18은 과거인 적이 없다. 어떤 시간이 씨앗을 품고 있다면 그건 늘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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