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과거사 발언에)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오라”고 사전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지난 3일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만나 기시다 총리의 ‘호응 조치’를 바라는 국내 여론을 전달했다.

연합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에 호응해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해야 한다는 국내 일각의 요구를 상기시킨 것”이라며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아키바 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오히려 ‘기시다 총리에게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정부에 제대로 된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우리 국민의 목소리에 부담 갖지 말라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여론을 신경 쓰지 말라고 당부하는 대통령이라니 기가 막힌다. 그로 인해 양국 참모진 간에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의 황당한 결단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은 깨끗하게 청산된 것입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입니까? 국민 여론은 깡그리 무시하고 기시다 총리를 이렇게 감싸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대통령이 우선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목소리 아닙니까?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 대신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이어 “결국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동어반복과 ‘마음이 아프다’라는 개인적 소감 한마디로 강제징용에 대한 사죄와 반성 문제를 어물쩍 넘겨 버렸다”며 “국민은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사죄와 반성을 더 강하게 요구하라고 주문하는데 대통령은 더 강하게 무시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기시다 총리, 일본을 배려하는 마음의 절반만이라도 강제 동원 피해자와 우리 국민을 위해 써 보라”며 “그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