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총사령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경질 사태의 내막을 엿볼 수 있는 칼럼이 나왔다.

정용관 논설실장은 3일 “국가 안보사령탑 경질, 그 기이한 사연”이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김 전 실장 경질 사건은 “석연찮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라며 “‘낙타가 쓰러지는 게 깃털 하나 때문이겠냐’는 말도 나오지만, 낙타를 짓눌러 온 등짐의 실체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니 구구한 억측만 나온다”고 운을 뗐다.

▲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그는 여권과 외교가 등 얘기를 종합해 “윤 대통령이 미국 측의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공연 제안 얘기를 처음 들은 건 3월 9일”이라며 “대선 1주년이던 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방문을 위해 이동하던 중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던 외교부 간부의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 측이 합동 공연을 제안했는데 왜 한 달 반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답도 주지 않느냐는 항의를 하더라’는 취지의 직보(直報)였다고 한다”며 “국가안보실에 경위를 파악한 대통령의 강한 질책이 있었고,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이튿날 사퇴한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여기서 그쳤으면 한미 회담 전 안보실장 교체라는 이례적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면서 “그러나 의전비서관 경질 후 2주일도 더 지나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교체된다”고 일련의 상황을 되짚었다.

그는 “행사 조율은 엄밀히 말해 의전비서관 소관이다. 외교비서관도 문화행사 제안에 대한 답을 수차례 요청한 주미 대사관 전문을 열람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자기 고유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데도 연대 책임을 진 것”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이 비서관은 김 전 실장의 대학 직속 후배로 김 전 비서관과 함께 안보실내 ‘김성한 라인’으로 분류된다”며 “시간차를 두고 김 전 실장의 핵심 비서관이 둘 다 교체된 셈”이라고 했다.

정용관 논설실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대체 왜 블랙핑크 보고를 뭉갰을까 하는 점”이라 짚고는, 관련해 김성한 전 실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 번도 블랙핑크 공연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미국이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앞서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외교안보 라인이 경질됐는데 대통령실은 공동 문화행사가 어떻게 추진되었고, 왜 보고가 누락되었는지, 대통령이 어떤 경로로 보고 누락을 알게 됐는지 설명 하나 없다”며 “의혹은 의혹을 낳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변인은 “공교롭게도 김성한 실장과 충돌했던 김태효 1차장의 배우자, 그리고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진 김승희 선임행정관 모두 코바나컨텐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차대한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벌어진 대통령실 내부의 갈등설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분명하게 답하지 않으면 의혹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