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재 추모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이름 붙여, 아이들 마음일 것 같아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최유진 씨의 아버지 최정주 씨는 15일 “신부님이 딸 이름을 크게 불러줘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정주 씨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11월 중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추모미사에 참석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씨는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해 주신다고 해서 참석했다”며 “김영식 대표 신부님이 아이들 이름을 불러줬는데 저희 딸 이름도 크고 또렷하게 불러주셨고 그 순간에 굉장히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를 열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이날 주례와 강론을 맡은 사제단 대표 김영식 신부는 “158명이나 되는 생명이 죽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에 대해 최 씨는 “3~4일은 정신없이 지나갔다”며 이후 “위패‧영정사진 없는 분향소, 국가 애도기간 7일 등 시작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사에 참석했다며 최 씨는 “처음부터 이렇게 아이들 이름이 불리어지고 영정사진, 분향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면 그런 마음이 안 들었을 텐데 이전까지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도 못 만나게 하고 답답한 마음에 굉장히 많이 힘들었는데 (미사에서 딸 이름을 듣는)순간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면서 “이름이 불리어질 때 주변에 흐느끼는 분들도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공식 출범한 유가족협의회는 진정한 사과, 국회 국정조사, 성역 없는 수사 등과 함께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최 씨는 “장례식이 지난 후 다른 가족을 만날 길이 없었다”며 “우연히 KBS 기사를 봤는데 배우 이지한 씨 아버지였다”고 했다.
이후 “기자에게 이메일을 써서 연락처를 따로 받았다”며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된 분이 지금 가족 대표인 지한 군 아버님”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언론 인터뷰에 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더 많은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최 씨는 “장례를 치르고 나니 이전에 저희가 고민을 한다든지 망설인다든지 하는 여러 일들이 저절로 정리가 되더라”고 했다.
이어 “유가족협의회가 지난주 겨우 창립돼 97명 가족이 어제까지 모여 있다”면서 “아직 참여 못한 가족분들, 저 역시 마찬가지로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가족들을 만나면 많은 위로가 된다. 다른 사람이 해 주는 어떤 말보다 우리 마음을 알 수 있지 않느냐”며 “용기 내서 같이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리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아울러 이름 공개에 대해 최 씨는 “우리 아이들이 잊혀지는 게 싫다”며 “제 개인적으로도 유진이가 다녔던 고등학교, 대학 등에 기억해 달라고 얘기하고 일련의 행사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최 씨는 “사회에서도 그냥 158이라는 숫자에 갇혀서 그중의 하나가 아니라 20여년 동안 불리던 이름, 사진, 흔적이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로 잊혀지는 게 싫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49일째인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3번 출구 인근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추모제 이름을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한 것에 대해 최 씨는 “소중한 별들이었던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걸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아이들 입장에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마음일 것 같아서, 저희가 기억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