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건 유죄건’이라는 추미애씨 말을 보면 추미애씨에게는 1, 2심 유죄 실형 판결에도 진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만, 그래도 말씀드린다. 추미애씨는 도대체 뭘 보고 사모펀드 건은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

지난 12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내놓은 입장문 중 일부다. 이날 한 검사장은 전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전날(11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2심 판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한데 대해 위와 같이 “추미애씨”라고 지칭하는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사진제공=뉴시스>

한 검사장은 해당 글에서 “사모펀드 범죄 중 ‘일부’에 대해서만 무죄판결이 났는데도 ‘모두’에 대해 무죄판결이 났다고 허위사실을 말한 뒤 그것을 전제로 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허위사실로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모펀드 관련 범죄 중 미공개 정보이용 범죄, 범죄수익 은닉 범죄, 금융실명법 위반 범죄, 증거인멸 교사 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이 선고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11일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글에서 2심 재판부가 정경심 교수에게 4년형을 선고한데 대해 “하루 종일 먹먹함과 비통함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제야 마음을 전합니다”라며 정경심 교수와 조국 전 장관, 그리고 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낸 뒤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판결”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애초에 혐의를 단정했던 사모펀드 건은 모두 무죄가 되었고 별건 수사로 드잡이했던 건들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특수통 검사들의 낡은 수사기법에 불과한 먼지털이식 별건 수사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닌지 답답합니다. 윤석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검찰개혁을 가로막는 수단이 되었고, 한 가족을 세상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몰아넣는 잔인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에 손을 대려면 누구든 당할 수 있는 일인지라 더더욱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끝까지 힘을 내어 가겠다는 조국 전 장관께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길이 이리 험난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추미애가 앞장서겠습니다.”

추 전 장관이 이렇게 ‘특수통 검사들’과 ‘윤석열 검찰’을 소환하자 당사자인 한 검사장이 발끈한 형국이었다. “사모펀드는 일부”라는 코투리를 잡으면서. 이에 대해 추미애 캠프는  <한동훈 씨가 해야 할 일은 궤변이 아니라 반성입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한 검사장을 비판했다(☞관련기사 : 추미애 캠프 “한동훈이 해야 할 일, 궤변 아닌 반성”). 설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동훈 검사장의 용기는 가상합니다만’

“전직 상관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게 추미애 씨라고 부르는 용기는 가상합니다. 오늘 입장문은 추미애 후보가 아니라 <추미애 캠프>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날 오후 ‘추미애 캠프’가 내놓은 두 번째 입장문의 ‘추신’은 이랬다. 한 검사장이 입장문에서 꼬박꼬박 “추미애씨”라 지칭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날 한 검사장은 추미애 캠프의 첫 입장문에 대해 ‘재판부 설명자료에 코링크PE 관련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므로 유죄 판결을 받은 6개 혐의는 사모펀드 관련’이란 취지의 반박을 내놨다. 

이에 추미애 캠프는 위와 같은 충고(?)와 함께 <한동훈 부원장의 견강부회, 사모펀드와 일반 주식거래를 혼용해 국민을 속이지 마세요>라며 한 검사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법원 설명자료 내에 ‘코링크 PE’ 관련이란 분류 만으로 ‘사모펀드 혐의’ 운운하는 자체가 “궁색”하다는 것이다. 

“실제 한 부원장께서 예시를 든 내용을 보더라도, ‘사모펀드’가 아닌 단순 ‘주식거래’라고 되어 있습니다. 조범동 씨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얻어 주식을 매입했다는 것을 들 수 있겠지만, 이는 애초에 검찰이 혐의를 두었던 사모펀드와는 전혀 무관한 별개의 거래입니다. 예를 들면, 조범동으로부터 A사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듣고 A사 주식을 샀다는 것이지, 사모펀드와는 무관한 것입니다. 

즉, 일부 유죄 판결을 받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금융실명법 위반은 사모펀드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심지어 위 사항 역시 다툼의 여지가 상당히 많은 내용들입니다. 한동훈 부원장이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고 ‘코링크PE 관련’이라는 분류표만 보고 ‘사모펀드는 유죄’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견강부회입니다.” (12일 추미애 캠프 두 번째 입장문 중)

“판결문까지 갖고 계시다니 꼼꼼하게 읽으시고 답변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논쟁을 피하지 않은 추미애 캠프에 이어 13일 추 전 장관 또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을 언급하며 재차 한동훈 검사장이 핵심 멤버였던 ‘윤석열 검찰’을 소환했다. 그럴 만 했다. 전날(12일) <뉴스타파>의 <“1억 원 줄테니...” 윤우진의 피해자 회유 영상 공개>에서 추 전 장관이 소환됐기 때문이다. 

‘추미애가 옳았다’는 평가의 이유 

“나도 요새 힘들어, 너무 힘들어. 6개월째 저기(수사)해 가지고, 추미애 그 인간 때문에 나 아주 죽을 맛이에요, 요새.”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영상 캡처>

<뉴스타파>가 공개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사업가 Y씨의 전화 녹취 속 윤 전 서장의 토로다. 윤 전 서장은 이렇게 지난해 10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015년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던 자신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재수사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었다. 

일각에서 ‘추미애가 옳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법무부장관 시절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가 없었다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윤우진 뇌물수수사건’은 영원히 묻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혐의들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거나 사실일 개연성이 높은 정황이 나오고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정경심 교수의 판결을 둘러싼 한 검사장과 추미애 전 장관(및 캠프) 간 논쟁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진두지휘한 ‘표창장 수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한 검사장은 2심 재판부의 판결에 어떻게든 법적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 

반면 추 전 장관은 장관 재직시절 이른바 ‘검란’에도 아랑곳없이 검찰개혁을 이어가는 한편 그 과정에서 특수부 검사들의 맨얼굴을 봤다고 소회하는 한 검사장의 전직 상관이다. 둘의 주장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고 객관적일까. 무엇보다 전 법무부장관을 향해 “추미애씨”라 지칭하는 현직 검사가 외치는 상식과 정의에 신뢰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영상 캡처>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