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지네요. 대선 앞두고 당 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캠프는 본 적이 없다 했는데 알겠습니다. 모 유튜브 채널이 하던 말을 항상 그대로 하시는 걸 보니 당보다는 유튜버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신가 봅니다. 하시고자 하는 일들에 건승하십시오.” (1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글)

‘이준석 vs. 윤석열’ 갈등이 전면전으로 내딛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뿔난’ 대응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대치 국면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이 대표를 뿔나게 한 ‘탄핵 이야기’의 주체는 바로 ‘윤석열 캠프’의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이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날(11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한 신 전 의원이 “유승민 캠프에서는 당대표 결정대로 해야 된다, 흔들지 마라, 이런 입장인데 후보들 간에 입장이 많이 엇갈리고 있습니다”라던 진행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아니, 당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요.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공화국이라는 권력자의 자의적 행사를 권력자 마음대로 하지 말라, 이거 아니겠습니까? 

다 제도적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하는 거고 그러니까 이 경선준비위원회 활동, 이런 것도 당연히 마찬가지죠. 그런데 저희가 이렇게 분석할 때는 제가 개인적으로 분석할 때는 제도적 근거도 없고 관행상으로 그런 전례도 없습니다.”

풀이하자면, 앞서 이준석 대표가 제안한 당내 대선주자 간 토론회 참석 여부를 둘러싼 이 대표와 윤 전 검찰총장의 알력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토론회로 예비후보들에 대한 일종의 ‘군기’를 잡으려는 이 대표와 토론 자체가 자신에게 불리하다 판단한 윤석열 캠프 측의 반감이 ‘탄핵’ 논쟁으로까지 불붙으며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분풀이가 모자랐을까. 이 대표는 12일 오전 재차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적절한 조치”나 “나락”과 같은 실질적 액션을 거론하고 거친 표현까지 불사하며 일종의 경고장을 날렸다. 

“지금까지는 보이콧 종용 사태 때도 캠프 내 직이 없는 중진의원들의 일탈 행동이라고 회피 했는데 캠프 내 주요한 직에 있는 사람들의 부적절한 언급에 대해서 어떤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있을지 보겠습니다. 경선과정에서 당내에서 이런 일 터지면 어찌어찌 봉합해도 본선에서 터지면 나락입니다. 여러모로 걱정입니다.”

인터넷에서 논란 된 이준석 대표의 과거 설화

흥미로운 것은 해당 방송에서 신 전 의원이 ‘설화는 두렵지 않다’라며 ‘주120시간 노동’ 및 ‘부정식품’ 등 망언 논란에 휩싸인 인터뷰 풀영상 공개를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신 전 의원은 “불필요한 오해가 있으면 또 치맥 아니라 뭐라도 해서 해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유화적인 발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탄핵’ 언급에 발끈한 이 대표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설화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유튜브 채널인 <매일신문 프레스 18>에 출연해 한 발언들이 잇달아 인터넷 상에 공개되면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너 이러다가 윤석열 대통령 되면 어떡하나? 이렇게 얘기하는데, 지구를 떠야지. 하하하하.” 

▲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 영상 캡처>

해당 영상 속 이 대표가 호쾌하게 웃는 모습이 인터넷 상에서 관심을 끌었고, 중앙일보는 이를 <尹 “갈등없다” 직후 돈 이준석 영상 “대통령은 유승민, 尹 되면 지구 뜬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발언 이외에도 해당 영상엔 “윤 전 총장이 ‘너(이준석) 와라’ 하면 어떡할 거냐”는 상대방 질문에 이 대표가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니까요. 유승민. 내가 당권을 잡을 거야”라는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대구 관련 발언도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당 대표 당선 전인 지난 5월 해당 방송에 출연한 이 대표는 “대구 가서 선거운동하면 재미있을 거”라며 “유승민과 좀 떨어져 가야 한다”는 상대방의 맞장구에 이렇게 답했다.  

“나 혼자밖에 못 하지. 왜냐하면 대구 가면 나름 또 태극기부대, 이런 사람들이 이준석이 왔으니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이럴 거거든. 이게 내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야. 근데 해줄 거야. 이 사람들은 돈 한 푼 안 받고(낄낄낄), 이 사람들이 와서 나팔도 좀 불어주고. 돈 한 푼 안 쓰고 이렇게 사람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거냐고.”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방문하는 대구 지지자들을 향해 대놓고 ‘태극기 부대’로 지칭한 이 대표. 그가 “돈 한 푼 안 쓰고 사람을 쓸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지지자들 입장에선 모욕으로 받아들여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앞선 중앙일보 보도에서 이 영상을 접한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갈수록 태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맞다. 전날까지 ‘돌고래 vs. 고등어 멸치’ 비유로 논란을 이어가던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 갈등이 신 전 의원의 ‘탄핵’ 발언에 이어 이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발언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농후해졌기 때문이다.  

당 대표와 유력 대선주자 간의 진흙탕 싸움 

앞서 11일 중앙일보는 <이준석 발언에 尹캠프 발칵···“계속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단독보도에서 “지난 일요일(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때문에 캠프가 발칵 뒤집혔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싸우지 말라’고 해서 꾹 참고는 있지만, 솔직히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와 같은 윤석열 캠프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양측간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불과 보름 전이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치맥회동’을 통해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갈등일로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의 휴가 기간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이준석 패싱’ 논란을 자처했다. 

이 대표 역시 ‘돌고래·멸치’ 논쟁 및 토론회 강행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 대표가 과거 ‘비단 주머니 3개’를 운운하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설득한 때와는 천양지차의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대선주자끼리의 검증 혹은 네거티브 공세도 아닌 유력 대선주자와 당 대표 간의 이런 진흙탕 싸움을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불안한 지위를, 윤 전 총장은 윤 전 총장대로 떨어지는 지지율을 사수하기 위한 ‘개싸움’으로 여기지 않을까. 흥미로운 것은 국민의힘이 아직 예비후보들 명단조차 확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 한 치킨집에서 회동을 하며 건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