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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 5월21일 광주 동구 금남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 이날 계엄군은 집단발포를 자행, 수없이 많은 시민들이 쓰러졌으며 항쟁기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사진제공=5·18기념재단/뉴시스> |
계엄군 총알이 애국가를 뚫고 갔다.
그날은 사월 초파일,
1천9백8십년 5월21일
하오 12시 55분
난데없이 전남도청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던
애국가 후렴
대한 사람 대한‘으’와 ‘로’ 사이에 총알이 발사되었다.
집단발포는 애국가를 찢으면서 시작되었다.
사병들이 총을 하늘로 쏘자
계엄군 중대장은 욕을 퍼부으면서 조준사격을 하라고 했다.
도청 앞 금남로 들머리에서 시민 1백여 명이 애국가 후렴 부분과 함께 고꾸라졌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그날 광주는
광주는 피 철철 흘리는 끔찍한 고독 속에 홀로 싸우고 있었다.
초파일이라서 부처님은 바쁘셨을 게다.
차라리 오시지나 마시지.
날씨는 맑았다.
날씨는 맑았다.
영상 26.1도씨를 계엄군 총알이 갈랐다.
세상 어떤 쿠데타와 학살도
자기 조국의 노래를 신호로 집단학살을 자행하지는 않았다.
광주 학살은 대한‘으로’를 꿰뚫고 갔다.
애국가를 부르다가도
대한‘으’와 ‘로’에서는 절로 숨이 멎는다.
여전히도 학살은 대한‘으’와 ‘로’ 사이에 숨어 있다.
1980년 5월21일 하오 12시 55분
사월 초파일 백주에 흘러나오던 가락으로 따라 불러보자.
대한사람 대한으로~
계엄군 총알은 애국가를 뚫고 갔다.
서해성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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