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합니다. 차별적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습니다. 지난날 저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27일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본인의 과거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심 전 대표는 과거 자신의 논평에서 “눈 뜬 장님”, “외눈박이”와 같은 표현을 쓴 것에 거론한 뒤 “이외에도 지난날 제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차별적 발언들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당시에 해당 표현에 대해 한 장애인 단체로부터 지적을 받았고 그분들께 사과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저의 불철저한 인식을 되돌아보고 낡은 언어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각별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차별금지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법 제정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래된 관행, 각자에게 배인 습속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질긴 노력들이 쌓여질 때, 비로소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미지 출처=YTN '뉴스가 있는 저녁' 화면 캡처>

최근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수상을 두고도 “생계형 배우의 연기노동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라고 논평해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는 심 전 대표. 그의 말마따나 이렇게 개인의 언어습관은 중요하다. 종종 의도와 다르게 수용자나 사회적 지배 담론은 물론 그 표현이 가리킨 당사자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심 전 대표의 사과를 촉발시킨 것은 다름 아닌 자당 장혜영 의원의 문제제기와 그로 인한 장애인단체의 성명이었다(☞관련 기사 : 정의당 장혜영이 쏘아올린 ‘추미애 장애인 비하 표현 논란’). 이를 두고도 시의적절했다는 반응과 함께 사과가 나오게 된 배경과 맥락에 더 주목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건국대 최배근 교수도 그 중 하나였다. 최 교수는 2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러한 사과가 나오게 된 배경과 맥락에 대해 장 의원을 ‘자칭 진보’로 규정한 후 “자칭 진보는 비판에 능숙할 뿐 한국 사회에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이들은 해외 지식의 오퍼상이거나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여(팔아?) 밥을 먹고 살거나 권력을 잡기 때문”이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자칭 진보’를 향한 최 교수의 일침 

“(‘자칭 진보’)이들은 자신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없는 분야는 열심히 (물론 공허하지만) 진보의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자신의 밥그릇에 피해가 올 가능성이 있을 때 혹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때는 침묵을 하거나 방관한다. 자칭 진보 정치인들은 사회적 약자를 팔아 정치생명을 유지한다. 그런데 동지가 궁지에 몰릴 때는 강 건너 불구경한다. 민주당에 부패집단 못지않게 기회주의자가 많은 이유다.” (최배근 교수 페이스북 글 중에서)

그간 보수야당 및 정부 내 기득권 세력 못지않게 여당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최 교수. 이어 최 교수는 일부 ‘자칭 진보’에 대한 비판에 이어 “장혜영의 장애인비하 감별사 놀음은 문혁(중국 문화대혁명) 때 근본주의자의 폭력을 연상시킨다”며 본격적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외눈’ 표현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장 의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나갔다. 

“근본주의자의 폭력은 결국 자기 파멸로 종지부를 맞는다. 심상정이 소환되는 배경이다. 장혜영의 감별사 놀음의 최대 피해자는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페미니즘을 권력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부가 여성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듯이....

추미애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장애인 비하 운운하는 장혜영 의원의 지적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문제 삼는’ 트집 잡기의 전형이다. 우리 사회의 언론의 모습은 언론자유도 아시아에서 1위, 언론 신뢰도 꼴찌에 잘 드러나 있다. 언론 개혁은 국민 다수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이 비정상적으로 편향된 언론에 대해 제기한 용기를 응원하기는커녕 발을 걸어 자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어, 추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신중론’을 펼친 이들을 두고 ‘자칭 진보’ 혹은 ‘위선적 진보’의 ‘훈수질’로 규정한 최 교수. 그는 이에 대해 “비겁하다”며 “욕먹기 싫어서 혹은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어서 양비론을 펴는 것”이라 꼬집으며 “그게 지식인 혹은 선생 혹은 선비의 태도라고 헛소리까지 한다. 한국 사회에서 사는 한 예수와 공자와 부처가 살아돌아와도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고, 옷에 흙탕물을 튀길 수밖에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문제는 정치를 하겠다는 청년 정치인들이 실력보다는 정치공학적으로 정치를 하고 있고, 그 결과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해석을 곁들였다. 

이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에 대한 젊은 여성 정치인들의 견제와 4.7 보궐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신모 후보와 정의당 장혜영‧류호정 의원을 거론한 뒤 이런 결론을 맺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이대남’ 팔이에 나서면서 ‘국회의원 호소인’이란 비아냥까지 듣는 국민의힘 소속 이 모 30대 정치인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정의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청년정치인, 여성청년정치인은 ‘청년팔이’, ‘여성팔이’ 청년정치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귀족화된 기성 정치인과 대동소이하다.”

▲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어느 여성 청년정치인의 정치공학 

“제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입니다. 그런 남편을 평생 반려자로 선택하며, 제가 불편한 남편의 다리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 받았습니다. 완치가 안 된 상태에서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왜 걱정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대한민국 군을 믿고, 군에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지난해 9월 보수야당이 아들 병역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들 당시 추 전 장관이 내놓은 입장문 중 일부다. ‘검찰개혁 완수’를 고수하는 추 전 장관을 향해 아들 병역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세력에게 추 전 장관은 장애를 가진 남편의 개인사까지 언급하며 해당 사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호소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장 의원은 같은 달 국회연설에서 “코로나19 민생대책을 비롯해 중요한 민생 이슈를 다뤄야 했던 소중한 시간의 대부분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휴가 문제를 둘러싼 정쟁에 허비되었습니다”라며 추 전 장관을 걸고넘어진 바 있다. 

평소 자신의 정체성 중 하나를 “시설 발달장애 당사자의 언니”로 규정하는 장 의원. 최 교수의 지적처럼 이번 논란에서 장 의원이 ‘정치공학적’ 사고를 잠시 접어 두고 추 전 장관의 의도를 좀 더 심사숙고했다면 어땠을까. 

장애인 남편도 모자라 아들까지 군 복무 중 다리 수술을 받았던 추 전 장관의 ‘외눈’ 표현을 ‘근본주의적’으로 해석하고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장 의원의 지적을 과연 순수한 의도로만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 전 대표의 과거 발언이 소환되는 것은 물론 그간 줄기차게 반복돼 왔던 보수야당 및 언론의 장애인 비하 표현이 복기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 아닐까. 만약 장 의원이 추 전 장관의 해당 표현을 훨씬 ‘정치’하게 꼬집는 동시에 추 전 장관 외에 이러한 보수야당 및 언론의 차별적 표현들까지 함께 비판했다면 이러한 ‘정치공학적 계산’이란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