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사람이 이렇게도 민심을 모르고 자기주장만 펼쳐대고 있으니, 현직일 때 법무부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추미애 전 장관이 ‘외눈’이라는 단어가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오독과 왜곡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죄송하다, 그런 의도로 사용한 단어가 아니었다’ 하면 될 것을 국어사전을 들이밀며 국민을 가르치려 든다. 본인의 말에 상처받거나 차별이라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사과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26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사과가 필요할 때 사과하는 법을 배우기 바란다>는 국민의힘 박기녕 부대변인의 논평 중 일부다. 지난 23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본인 페이스북에 보수야당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 주장을 질타하는 와중에 ‘외눈’이란 표현을 쓴 것이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이 논평까지 내고 정치적 공세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앞서 해당 글에서 추 전 장관은 ‘언론상업주의’를 비판하며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시민 외에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추 전 장관의 글은 보수야당 및 보수경제지의 소위 ‘김어준 때리기’에 대한 비판이라 받아들여졌다.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었다. 본인 스스로 “탈시설 발달장애 당사자의 언니”라고 소개하는 장 의원은 추 전 장관의 ‘외눈’, ‘양눈’ 표현을 두고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를 가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25일 페이스북에 “잘못한 것이 틀림없는 만큼 서둘러 시정하고 사과하기 바란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자 언론들이 앞다퉈 추 전 장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치적 공방을 지상보도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6일 추 전 장관은 “팩트체크는 기본입니다”라며 재차 반박에 나섰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는 설명과 함께.   

“국어사전에 ‘외눈’은 (1) ‘짝을 이루지 않고 하나만 있는 눈’, (2) ‘두 눈에서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볼 때 뜬 눈’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접두사 ‘외-’는 ‘혼자인’ 의 뜻도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이란 뜻도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외눈만 쌍꺼풀이 있다’, ‘외눈으로 목표물을 겨누다’, ‘외눈하나 깜짝 안하다’는 표현에서 ‘외눈’은 시각 장애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닙니다. 

저는 진실에는 눈감고 기득권과 유착되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편향성을 지적했습니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문맥을 오독하여 제 뜻을 왜곡한 것입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장애인 단체 성명까지 나온 추 전 장관의 ‘외눈’, ‘양눈’ 표현 논란 

“만일 추 전 장관이 사람을 지칭하면서 ‘외눈’이란 표현을 사용했다면 국어사전을 인용했더라도 비하 표현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눈’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외눈’을 사용했다면 이는 비하 표현인 ‘외눈박이’나 ‘애꾸’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즉, 단순히 ‘외눈’이라는 표현을 장애인 비하 표현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27일 <뉴스톱>, <[팩트체크] ‘외눈’이 장애인 비하 표현이다?> 중에서)

해당 기사에서 <뉴스톱>은 지난 2011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과 지난 2019년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가 발표한 <장애관련 올바른 용어 가이드라인> 제3차 개정안 및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근거로 ‘외눈박이’나 ‘애꾸’가 아닌 ‘외눈’의 경우 비하 표현이라 규정하기엔 무리라고 판단했다. 

다만 <뉴스톱>은 “‘외눈’을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비하 표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장애 비하 표현으로 읽힐 수 있는 표현은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맞다”라는 수준으로 논란을 갈음했다. 반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6일 성명을 내고 “외눈은 장애인 비하 발언이 맞다”며 추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추 전 장관은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듣는 이가 불쾌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 적절하지 않게 용어를 사용해 장애를 부정적으로 오인할 수 있으면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은 ‘의도가 없으면 사용해도 된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자 적지 않은 언론들이 장애인 단체의 성명을 근거로 추 장관 비판에 나섰다. 장혜영 의원 역시 재반박에 나섰다. 장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극히 일부의 표현’이라도, 우리 사회 약자들의 삶의 존엄을 훼손한다면, 더욱이 그것이 추 전 장관님과 같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표현이라면 그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라며 “약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헌법적 가치”라고 반박했다.  

예견된 정치적 공방과 정의당의 반복된 행태 

27일 <미디어오늘>은 <정치적 공방에 본질 놓쳐버린 추미애 ‘외눈’ 발언> 기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외눈’ 발언이 생각이 다른 정치인들간 정치공방 소재로 소비되는 모양새”라며 “추 전 장관은 ‘외눈’이 시각장애인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며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다수 매체에서 추 전 장관의 발언과 외눈발언을 비판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를 대립구도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에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장애인 단체의 반응을 전했다. 이들 단체들은 “단어 자체가 비하표현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의도와 맥락을 봐야 한다”, “실수했으면 잘못했구나 하고 넘어가면 좋은데 지지자냐 아니냐로 나뉘다보니 여야 할 것 없이 논의가 산으로 간다”, “반성도 제대로 안 하지만 비판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니 반복되는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일각에선 논란을 촉발시킨 장 의원을 두고 추 전 장관의 ‘언론상업주의’를 외면한 채 지엽적인 표현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 격’이란 비판이 나온다. 또 과거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나 정의당 공식 논평에 등장한 ‘외눈박이’ 등 장애인을 비유로 든 표현을 근거로 ‘자당 비판이 먼저’란 공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 <이미지 출처=YTN '뉴스가 있는 저녁' 화면 캡처>

더 크게는 일반적인 언어 사용에 있어 신체를 비유하는 용례들이 얼마나 많은지, ‘외눈’과 ‘양눈’의 비유를 장애인 비하라고 규정하고 정치인이 사과할 정도인지를 되묻는 진지한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다. 정의당 구성원들이 과거 사용한 표현들이 재조명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일 것이고. 

여기까진 장애인 단체의 주장처럼, 정치적 공방을 떠나 우리사회가 되돌아봐야 할 언어 사용 행태와 소수자 차별의 관행과의 관계에 대한 갑론을박 과정일 수 있다. 추 전 장관이 사과를 할 지 여부는 정치인 개인의 선택일 수 있을 것이고. 

반면 언론들은 장 의원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장애인단체에서까지 성명을 내면서 추 전 장관을 향해 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국민의힘의 논평 또한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정치적 공방’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장 의원과 정의당이 보여준 그간의 정치적 행보다. 장 의원은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지난해 추 전 장관이 현직이던 시절, 세 차례에 걸쳐 추 전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과 관련해 최소한의 방어권을 주장했고(2020년 11월 12일), 검찰 특수활동비 논란을 두고 ‘거대양당 법무부-검찰 대리전’으로 규정하며 참담함을 표시했다(같은 해 11월 11일). 

또 작년 9월 ‘87년생 청년 정치인이 87년의 청년들께’란 제목으로 국회 연설을 했을 당시엔 “코로나19 민생대책을 비롯해 중요한 민생 이슈를 다뤄야 했던 소중한 시간의 대부분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휴가 문제를 둘러싼 정쟁에 허비됐다”며 정쟁의 책임을 추 전 장관에게 돌리기도 했다. 

장 의원이 쏘아올린 이번 논란 또한 엇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 의원과 정의당이 거대 양당 정치 비판과 거대여당의 기득권 규탄에 매몰, 두루뭉술하고 비생산적인 양비론에 빠지거나 ‘손가락만 가리키는’ 원칙적인 비판을 거듭하는 반복적인 패턴 말이다. 

헌데 어쩌겠는가. 이번 논란만 해도, ‘언론상업주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조선’이든 ‘동아’와 ‘중앙’이든 가리지 않고 인터뷰를 하고 어떻게든 인지도 높은 이들에 대한 원론적인 비판만을 거듭하며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행태를 반복적으로 보여 온 것이 바로 장 의원을 포함한 일부 정의당 의원들의 작금의 모습인 것을. 과연 장 의원은 본인이 촉발시킨 논란이 정치적 공방에 매몰되리란 사실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 <이미지 출처=장혜영 정의당 의원 홈페이지 캡처>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