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강행하며 시장직을 걸었다가 사퇴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또 직을 걸었다. 

16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 질문을 드리는 게 공격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해명 기회를 드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내곡동 땅 투기 의혹 관련 “KBS 보도가 사실이냐, 아니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어제(15일) KBS 보도에 대해 드릴 말씀이 많다”며 “그렇게 추상적으로 묻지 마시고 구체적으로 물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안 후보는 “거기 보면 이명박 정부 그리고 또 오세훈 시장 재직 시절(인) 2009년에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최종 확정된 것으로 보도가 되어 있다”며 “그러면 당초 해명하신 것이 거짓이냐”고 다시 질문했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거짓이 아니”라며 “2006년 3월 달 그 당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셨고 서울시장은 이명박 시장님 시절에 그 문제의 처갓집 땅에 대한 국민임대주택 예정지구로 지정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랬기 때문에 제가 취임해서 그 지역에 대해서 보금자리주택으로 지정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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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채널A 주관으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오 후보는 “만약 지금 민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제가 이 지역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하는 데 관여를 했다면 그 지시를 받았던 혹은 제가 어떤 부당한 압력을 가했던 것을 경험한 서울시 직원이나 SH공사 직원은 바로 양심 선언해달라”고 했다.

그는 거듭 “그분들이 여러 분 계실 텐데 한 분이라도 이 지구에 대해서 오세훈 시장이 관심을 표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했다는 기억이 있으시면 나서주시라”고 강조하며, 급기야 “그러면 저는 바로 후보 사퇴하겠다”고 발언했다.

관련해 박영선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은 고민정 의원은 17일 ‘오세훈 후보의 습관적 사퇴 발언’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공직의 자리는 책임을 지는 자리”라며 “국민의힘 공식 입장인지 묻겠다”고 전했다.

고 대변인은 “(2011년 서울시장 사퇴) 당시에도 오 후보는 한나라당의 강한 반대에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했다”며 “한나라당은 ‘오세훈 변수’에 부글부글 끓었고, 소위 ‘오세훈 자충수’에 공멸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잘잘못에 대한 판단은 선거 때 국민들에게 맡겨지는 것이고 정치인은 그 결과에 순순히 승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덮으려니 또 다른 거짓말이 나오는 것이고, 사람들이 나를 의심하는 것 같으니 자신의 자리를 내거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 떠올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오세훈 후보는 ‘단일화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무상급식 아직도 반대하느냐”고 묻자 “무상급식이 아니라 세금급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상급식을 반대한 게 아니라 부자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 후보는 “그때 판단 잘못은 인정하시는 거냐”고도 질문했고, 이에 오 후보는 “직을 걸었던 데 대해서는 정말 다시 한 번 무리했다 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