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재판부가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대기업 하청업체 해고노동자들이 신청한 집회는 불허했다고 20일 한겨레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하청업체인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들은 종로구청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하자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지난 6월1일 “중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현재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하면 국민 생명권 보호가 절실하고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력 소모가 극심해 행정소요를 감소시켜야 한다”면서 해고노동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재판부는 보수단체 ‘일파만파’의 서울 동화면세점 앞 집회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집회금지 명령이 감염병 전파를 예방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며 서울시의 집회금지 효력을 정지했다.

또 “(8.15집회로) 소요되는 행정력이 피신청인(서울시)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거나 의료역량 또한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넘어서서 소모된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그런 이유만으로 집회 개최 자체를 막아야 하는 절대적인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했다.

▲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중 경찰이 세워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겨레는 아시아나KO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시점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신규 확진자가 늘었다가 줄어들며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때였고,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때는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돌파하는 등 계속 증가 추세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판단이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준도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관련해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보수단체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박형순 부장판사에 대한 해임청원이 나흘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다”며 “집단감염의 위험성을 간과한 채 집회를 허가한 법원에 대해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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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현행 행정소송법은 집행정지의 요건을 아주 추상적으로만 정해두어 법원이 재량껏 그 허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개별 법관의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잘못된 결정으로 또 다른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빠른 시일 내 감염병의 유행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행정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