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이국종 아주대 권역 외상센터장이 유희석 아주대병원 의료원장에게 들은 욕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기획 취재팀이 입수한 욕설 녹취 보도는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이후 기획취재팀 경기 남부 권역 외상센터의 바이패스와 외상센터 확충 문제도 제기했다.
외상센터에 대한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외상센터 문제를 취재한 MBC 보도국 기획취재팀의 남상호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남 기자ᆞ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남상호 MBC 보도국 기획취재팀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의료원장 욕설 보도, 외상센터 운영 실태 상징하는 부분”
- 권역 외상센터에 대한 보도 반응은 어땠어요?
“처음엔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유희석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한 부분이나 외상센터로 가지 못하고 다른 병원 전전하는 환자가 있다는 부분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분노한 게 아닌가 해요.”
- 보도 후 아주대 병원의 반응이 있었어요?
“아주대 병원은 보도 전에 질문지도 보내고 인터뷰 요청도 했었어요. 그러나 서면으로만 답변을 보내고 인터뷰는 힘들다는 답이 왔고 찾아갔지만 거절당했거든요. 그리고 첫날 보도가 나가고 후속 보도가 있으니까 연락을 했는데 지금은 말할 게 없다는 취지의 답이 왔습니다.”
- 권역 외상 센터에 대한 보도는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국감 때도 그랬지만 이국종 교수가 힘들어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전에도 외상센터를 계속해야 하나, 버티기 힘들다는 말씀 하셨었잖아요. 취재하다 전해 듣기로는 이 교수님이 그전에는 그렇게 길게 가신 적이 없었는데 해군 훈련 길게 가신다는 말을 듣고 무슨 일이 있나 하고 호기심이 생겨서 만나 뵙기를 여러 차례 요청 드렸어요. 결국 만나 뵙고 얘기 들으며 취재를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한 거죠.”
- 처음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하셨어요?
“저희가 사실 제일 관심 많은 부분이 보도 중에는 욕설 파문의 파장이 제일 컸지만, 그 뒷부분에 나온 이른바 바이패스 부분이 있어요.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종합 상황판이라는 게 있거든요. 거기 앞에 대형 모니터에 전국 각 병상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떠요. 그럼 상황실에서 보는 거죠.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환자는 여기로 보내라는 조정 업무를 보는 곳이에요.
그곳의 작년 11월까지 통계를 내보니 거의 60차례 정도 ‘권역외상센터 병실이 다 차서 추가로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다른 곳으로 보내라’라고 바이패스 통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통계를 뽑아봤어요.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는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좋은 평가 받는 곳이잖아요. 그렇다면 이 환자가 경기 남부 권역 외상센터에 못 오고 다른 곳으로 갔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걸 놓친 피해를 입은 게 아닐까 했죠. 그것에 신경이 쓰였어요. 그래서 같이 취재했습니다.”
- 첫 보도가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의 욕설에 대한 것이었잖아요. 의도가 있을 것 같아요.
“이국종 교수가 외부 사람이 보기에는 외상환자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병원에서도 그만큼의 대접은 아니더라도 부당한 대접은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고 병원 안에서 치이면서 외상센터 운영하고 있다는 걸 상징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처음 녹취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셨어요?
“저희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대접 잘 받아야 하고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할 분인데 의학 드라마에 나오는 거처럼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욕설 석인 말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죠.”
- 원장의 반론이 안 담겨져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던데.
“앞서 잠깐 말씀을 드렸는데 이 부분은 사실 의료원장과 외상센터장 사이 일어난 일이잖아요. 그래서 홍보팀에 답을 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가급적 당사자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찾아갔는데 홍보팀이 중간에서 찾아가는 걸 막았죠. 그래서 인터뷰 성사가 안 됐죠. 홍보팀에 욕설 부분에 대해 당사자 입장 들어야 할 거 같다고 했더니 그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정중히 인터뷰를 거절하시더라고요.”
- 연구팀이 천명 넘는 외상 사망자가 치료받은 과정을 하나하나 분석해봤더니 예방 가능 사망 외상 사망률 19.9%가 나와요. 천명은 전국 통계인지 아님, 한 외상센터 통계인가요?
“19.%라는 의미가 외상 환자 중에 예를 들어 외상으로 인한 사망이 100명이라면 20명 정도는 치료가 적절했다면 살 수 있던 분들이거든요. 그러니 어떻게 보면 되게 억울한 죽음인 거죠. 예상 가능 사망률은 2년마다 연구를 한대요. 등록된 외상 환자 중에 심층 조사가 가능한 사망자들을 추출했더니 천몇 분 정도 되는 거고 그걸 일일이 상황을 연구팀이 가거나 면접을 해서 상황이 적절했는지 연구조사 수행하는 거죠. 수행해서 그걸 바탕으로 나오는 결과고 그래서 외상센터뿐 아니라 응급실 그리고 큰 병원들 있잖아요. 거기 예방 가능 사망자들이 다 연구대상에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 전국적인 거라는 건가요?
“전국 통계입니다.”
- 혹시 외국과 비교한 자리가 있나요?
“통계로 제시된 데가 미국, 영국 등이 있는데 거기는 우리나라보다 낮죠. 한 자릿수대인 곳도 있거든요. 저희도 이게 낮아지긴 한 거더라고요.”
- 외상센터 확충에 대한 리포트도 있던데 전국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건지 아님, 서울이 없으니 서울에 해야 한다는 건가요?
“서울에 없다는 게 저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방 가능 사망률을 지역별로 연구진께서 뽑아놓으셨더라고요. 거기 보면 외상센터 생긴 지역은 사망률이 다 떨어졌어요.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분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건데 서울만 그대로 30% 정도 되더라고요. 그러나 서울의 특징이 여기엔 외상센터가 들어오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서울이라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인구 천 만 명 정도가 모여 있는 곳이잖아요. 천 만 명 정도가 모인 곳에서 외상 입은 분들이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는 게 문제긴 문제죠.”
- 왜 서울에 없을까요?
“병원 지을 부지 문제가 해결 안 됐대요. 그래서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양재동 밑에 원지동에 하려고 하는 데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 취재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을 거 같아요.
“바이패스 피해자들을 찾아내는 게 많이 어려웠어요. 119가 출동하는 경우도 있고 119로 실려오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정보 문제가 있어서 구체적인 취재가 힘들더라고요. 대략의 상황은 알 수 있는데 이 피해자가 어떻게 돌아가셨고 어떤 처치를 받았으면 좋았는지 알면 좋은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고 그 부분이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전국에 외상센터가 있는 부분에 대해 조금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원래 외상치료 전문가들은 이렇게 전국 곳곳에 중소규모로 있는 것보다는 큰 규모로 듬성듬성 있는 더 낫다고 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전국 6개 규모로 제시했더라고요. 그러면 좀 더 의료진이 모여 있기도 좋고 의료 장비가 비싸잖아요. 그것도 마련하기 좋고 더 환자 치료하기 좋은 환경인 거죠. 대신 지금처럼 안 가까우면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냐고도 하세요. 그 부분은 닥터헬기가 활성화되면 차로 가까운 병원 가는 것보다 헬기가 출동해서 좀 멀더라도 헬기로 이송하는 게 시간으로 보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닥터헬기가 출동하면 의사와 간호사가 탑승하니까 오는 중에서 의료 처치를 할 수 있는 강점이 있어서 처음 계획했던 대로 됐다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텐데란 아쉬움이 전달되면 좋겠어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피해자 파악이 어려우셨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 어떻게 하셨어요?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온갖 것을 다 뒤졌어요.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가) 환자를 더 수용할 수 없었던 시간대의 경기도권 사건 사고도 찾아보고, 큰 사건들은 기자들이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걸 찾아보고 그 시간대에 산재 사건 없는지도 찾아보고 해서 거슬러 올라간 거죠. 예를 들어 화성 서부서 소속 경찰관께서 총상 입은 건 기사가 있더라고요. 화성이면 수원과 가까우니 아주대 병원으로 갔으면 됐을 텐데 왜 못 가셨을까부터 출발해서 거기부터 취재해나간 거죠.”
- 혹시 다른 지역 외상 센터에 바이패스 문제 파악 하신 게 있으세요?
“저희가 이번 아이템 하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다른 외상센터까지 취재할 여력이 없었거든요. 아마 데이터를 뽑아보면 그런 상황이 있었을 거 같은데요. 아주대병원이 제일 심각한 이유가 이쪽 의료진의 외상 치료 역량이 좋으니까 이쪽으로 환자가 몰리는 부분이 있기는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그 부분은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국종 교수로 브랜드 가치·평판 올라간 것 부인 못해”
- 아주대 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돈 문제 같아요. 경영진 입장에선 돈 안 되니 안 받는 것 아닐까 하는데.
“그런 거였다면 시작 안 했으면 되죠. 그러나 아주대병원 입장에서는 처음 권역외상센터 선정할 때도 지원했다가 안 됐었었고 재차 지원해서 된 거거든요. 그 과정에서 자기들이 지원하겠다는 결의서도 다 썼어요.
그리고 현재 수익은 모르겠지만 적자가 거의 안날 가능성이 높아요. 2017년 자료의 원가분석인데 외상센터 자체 공간 기준으로 보면 연간 100억 가까운 적자가 있었어요. 그러나 외상 환자가 처음에 외상센터로 찾아오지만 여기서 치료받고 본관으로 가서 통원 치료도 받잖아요. 환자 기준으로 60억 정도 적자를 보더라고요. 그때 정부 보조금이 20억 정도 됐으니 40억 정도를 적자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 후 정부 보조금이 60억 원 대로 늘어났어요. 의료진 인건비 지원이죠. 만약 그때 원가 수치에서 큰 변동이 없다면 지금은 손해 안 볼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아주대병원 입장에서는 이국종 교수와 권역 외상센터가 생기면서 병원의 브랜드 가치나 평판이 올라간 건 부인할 수 없거든요. 숫자로 잡히지 않는 부분 그리고 외상센터만 잘라보면 재무 문제에 있어서 골칫덩어리일 수 있지만 원래 외상환자들이 본 병동에서 병상을 쓰고 있었잖아요. 그러나 외상센터를 지으면서 100병상을 추가로 확보한 거거든요. 그리고 본관에 있던 외상환자들이 외상센터로 수용되게 된 거죠. 그럼 어쨌든 본관엔 그만큼 여유가 생긴 거잖아요. 그런 간접적인 부분까지 봤을 때 이걸 돈 문제로 한정한다고 해서 견딜 수 없는 손해인지 부분은 의문이 있어요.”
- 취재하며 느끼신 게 있을 것 같아요.
“의료진들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을 어떻게든 자기들의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살리고 싶은 상황인데 병원은 여러 현실적 이유로 그렇게까지 할 수 없다고 막아선 거죠. 그러면 이게 근데 경기 남부 외상센터 문제만이 아니라 어쩌면 의료현장에서 크고 적게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병원은 경영해야 하는 입장이고 의료진은 환자 볼 때마다 수가 생각해야 하잖아요. 이거 하면 손해가 얼마라는 직간접적인 압박이 들어오는 걸 버텨야 하죠. 제가 모든 사안에 대해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동안은 이게 관행이라고 넘어갔던 의료현장의 모습이 불거진 단면이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 경찰이 내사하고 있다는데 과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관행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법적인 판단이 있으면 좋겠어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혹시 후속 취재 계획 있나요?
“일단 경기 남부 외상센터 부분은 팔로우하고 있고 그 밖에도 제보 들어온 게 있어요. 그 부분도 확인해서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진행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제 보도로 이국종 교수님과 외상센터 의료진을 힘들게 한 거 아닌가란 걱정이 있거든요. 그동안 바깥으로 불거지지 않던 문제가 불거지면서 병원 내 갈등이 심해지고 앞으로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란 걱정이 있는데 그런 걱정이 현실화되면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병원이 ‘얘네는 내부고발했으니 더 압박 가해야겠다’란 생각에 대한 간접적 증거가 될 수 있으니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상황을 쫓아다닐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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