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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박홍 신부를 기억하는 법[신문읽기] ‘색깔론’ 논란 중심에 선 인물은 쏙 뺀 채 호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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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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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1  11:01:51
수정 2019.11.11  11: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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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앞장… 90년대 초엔 주사파 실체 첫 폭로> 

오늘(11일)자 조선일보 12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지난 9일 사망한 박홍 신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첫 문장이 “1990년대 초반 대학가 운동권 내 주사파(주체사상파)의 존재를 처음 폭로했던 박홍(朴弘·78) 신부가 9일 새벽 4시 40분 선종(善終)했다”입니다. 

박홍 신부에 대한 조선일보의 ‘시각’은 제목과 첫 문장에 집약돼 있습니다. ‘90년대 초반 대학 운동권 내 주사파 존재를 처음 폭로’했던 ‘의로운 신부’라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주사파의 실체를 사회에 고발한 것이 생애 가장 큰 보람”이라는 그의 생전 인터뷰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주사파 실체 폭로가 아니라 ‘색깔론’에 앞장섰던 논란의 종교인 

‘주사파 존재 폭로’에 방점을 찍어 박홍 신부를 긍정 평가하는 건 조선일보의 자유입니다만 그래도 이런 식의 ‘일방적인 호평’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박홍 신부가 90년대에 폭로한 ‘주사파 존재’라는 게 실체와 타당성 측면에서 과장됐다는 평가는 당시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때문에 당시 서강대 총장이지 신부인 그가 근거 없이 색깔론을 부추겨 김영삼 정권 공안정국 몰이에 힘을 실어줬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종교인으로서 부적절한 태도라는 비난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런 부분’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오늘(11일) 기사에서 “이 발언들 이후 일부에선 그에게 ‘극우 사제’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박 신부는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사제였다” 정도의 언급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보면 짐작하겠지만 조선일보는 ‘극우 사제’라는 딱지를 붙인 건 일부이고, 박홍 신부는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사제’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1980년대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검거된 학생의 구명을 위해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과 폭탄주를 마셔가며 담판을 벌였”고, “1989년 교수 직선으로 서강대 총장에 선출된 후에도 ‘막걸리 총장’으로 불릴 정도로 학생들과 격의 없이 지낸” 사람이 박홍 신부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박홍 신부 … 당시 색깔론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조선일보

사실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이 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해 박홍 신부 ‘책임론’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11일) 경향신문이 언급하기도 했지만 “1991년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등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노동자의 분신이 잇따르자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바로 박홍 신부이기 때문입니다. 

이뿐인가요? 박홍 신부의 발언은 여러 가지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오늘(11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4개 대학 총장 오찬에서 ‘주사파가 (학원 내에) 깊이 침투해있다’며 학생운동 세력 배후로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지목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 전 총장은 고백성사·면담 중 운동권 학생들에게 들은 얘기라고 해명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공동의장 등 신자 6명은 고해성사 누설 혐의로 고발했다.

그해 8월25일엔 전·현직방송인 모임인 여의도클럽 주최 토론회에 나가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전국 대학에서 배출된 주사파 세력 약 1만5000여명이 언론과 정당 등 사회 각 계층에 진출해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주사파’ ‘어둠의 세력’ 색깔론 발언 박홍 전 서강대 총장 사망> 경향신문 11면) 

종교인이면서 대학 총장이었던 박홍 신부는 ‘주사파 세력 약 1만5000여명이 언론과 정당 등 사회 각 계층에 진출해 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하면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면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죠. 하지만 당시 조선일보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은 박홍 신부의 ‘근거 없는’ 발언을 대서특필하면서 김영삼 정권의 공안정국 몰이를 부추겼습니다. 

박홍 신부가 ‘색깔론 발언’을 하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고 이후 박 신부는 또 ‘색깔론 발언’을 이어가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됐습니다. 그이 발언에 대한 검증은 없었고, 주장만 하면 큼지막하게 신문에 싣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 서강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박홍 신부가 9일 사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일보의 박홍 신부에 대한 기사는 ‘수정’돼야 한다 

그는 “1995년에는 한국통신노조 파업을 두고 북한의 조종을 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소송을 당해 1998년 패소판결을 받기도”(경향신문) 했습니다. 

조선일보와 박홍 신부의 ‘특별한 관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의 일방적 호평은 보기 민망합니다. 

무엇보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비롯해 당시 ‘색깔론 파문’을 대서특필하며 공안몰이에 앞장섰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기사’를 보니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조선일보가 박홍 신부를 기억하는 법은 90년대 ‘당시’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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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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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mbira12@gmail.com 2019-11-11 22:19:56

    서정주가 왜 욕을 먹는지
    이광수가 왜 욕을 먹는지
    역사속에서 살펴야 한다
    인간 서정주 인간 이광수를 개인적으로 좋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역사속에서 서정주와 이광수는 버러지일 수 밖에 없다

    박홍??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박홍은 영원한 버러지일 수 밖에 없다
    지식인과 유명인의 책무란 엄중한 거다

    재물과 권세를 위해 변절한 놈이
    명예까지 바란다면
    버러지라고 밖에는 표현 할 말이 없는 거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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