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들의 정치죠. 마피아와 다를 게 하나도 없어요. 마피아보다도 못하죠. 마피아는 역사라도 깊지 않습니까?”

단두대에 이어 마피아다.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에서 해촉된, 시쳇말로 ‘잘린’ 전원책 변호사는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전 변호사는 “제가 떠난 정당에 자꾸 거기에 뭐 비난하거나 하면…”이라면서도 에둘러 한국당을 비판하고 있었다.  

특히나 백미는 자유한국당 내 정치를 ‘계파정치’라 정리한 대목이었다. “정우택, 오세훈, 황교안, 김성태, 김무성 이런 이름들이 자의로 타의로 막 오르내리고 있는데 당 대표 후보들 면면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진행자의 물음에는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한국정치 일반을 “권력을 쫓는 집단”, “계파 정치”, “보스 정치”라고 정의한 그의 앞선 답변이야말로 진의가 읽히는 순간이었다. 

그 중 원내대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그러한 계파 정치를 도모하기 위해 자신이 지닌 ‘스피커’를 최대치로 활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아마도 한국당 내 ‘보스’로 거듭나기 위한 안간힘이랄까. 22일 오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그의 ‘어이없는’ 발언이 딱 그랬다. 

▲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문 대통령 비판 위해 방탄소년단 소환한 김성태 

“방탄소년단이 1위를 할 수 있도록 한 표라도 밀어주고 뒤로 물러서는 것은 어떨지 깊게 고려해주시길 바란다.”

급기야 방탄소년단까지 들먹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헌데, 그 내용이 참으로 상식 밖이다. ‘혼수성태’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그의 발언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것은 물론 “방탄소년단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 팬들의 원성을 듣기에 충분해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룹 방탄소년단과 함께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 투표명단에 이름이 올랐다고 한다. 축하드린다. 현재 진행 중인 투표에서 방탄소년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프란치스코 교황을 모두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먼저 축하드린다. 

12월 최종결과에서도 꼭 1위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 안에서는 경제과목 0점을 받은 마당에 그나마 나라 밖에서 한반도 평화외교를 주특기로 점수를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적도 성과도 없는 마당에 방탄소년단이 1위를 할 수 있도록 한 표라도 밀어주고 뒤로 물러서는 것은 어떨지 깊게 고려해주시길 바란다.” 

물론 이날 김 원내대표가 걸고넘어진 인사가 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 뿐만은 아니었다. 하루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판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이상한 정치행보”라며 각을 세웠다.

그럼에도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을 들먹이며 문 대통령 비판과 방탄소년단을 연결 짓는 발언은 무리수에 가까워 보인다. 한 마디로, 방탄소년단을 활용해 기사라도 한 줄 더 낳으려는 심산으로 읽히다고나 할까. 김 원내대표의 관련 발언이 이렇게 끝을 맺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나라 안에서나 나라 밖에서나 인기투표에만 연연하지 말고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 경제는 잘 돌아가는지 좀 더 세심하게 살펴주시길 바란다.”

▲ <이미지 출처=타임 홈페이지 캡처>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유일하게 ‘우려’ 표명한 자유한국당 

말이 나온 김에 방탄소년단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면, 방탄소년단의 해외 팬(아미)들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 내 극우의 혐한이 낳은 이례적인 풍경이다. 

그에 앞서 지난 16일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측이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을 방문해 사과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원폭 관련 티셔츠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액션’이자 ‘실천’이라 할 만 했다. 

논란이 된 역사적 이슈에 대해 정면으로 응시한 방탄소년단은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그래서 더 국내외에서 응원을 받고 인정받을 만한 ‘실천’으로 귀결시켰다. 헌데, 자유한국당은 그럴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21일 정부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직 자유한국당만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한일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22일 자유한국당 비상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역시 그 누구도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대해 언급하는 이가 없었다. 자유한국당이 집권 여당이었을 당시 밀어 붙인 화해치유재단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2차 피해를 입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재단 해산을 놓고도 우려 운운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방탄소년단 팬들보다 못한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에게 방탄소년단을 소환해 얼토당토않은 정부 비판에 나설 자격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전원책 변호사 말마따나, ‘마피아의 정치’의 일면이 바로 이런 것일까. 

▲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