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불러 질의응답...SNS “일방적 홍보장 변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야권단일화 토론에 맞서 ‘단독 TV토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02년 이회창 후보가 진행한 ‘단독 TV 토론’이 재주목을 받고 있다.
박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21일 야권 단일화 TV토론에 상응하는 차원에서 ‘나홀로 TV 토론’을 하기로 결정하고 날짜를 조정중이다. 당초 23일로 예정했으나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뒤인 26일에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단일화 토론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11월 26일 TV토론 ‘청년 100인 이회창 후보를 검증한다’를 열었다.
대학생, 회사원, 주부, 연예인 등 20∼30대 유권자 100명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65분간 진행됐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40분간 ‘TV 토론’ 기회가 제공됐다.
탤런트 이창훈, 이세훈, 개그맨 김대희, 김준호, 방송인 탁재훈, 가수 김건모씨 등 6인의 연예인이 참석했는데 이들이 던진 인위적인 수준 낮은 질문이 빈축을 샀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야인시대’의 이창훈씨는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는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서 체조하고 뛴다. 스트레칭 좀 하고 30~40분간 몸을 푼다”고 말했다.
이창훈씨가 시범을 보여달라고 하자 고령의 이 후보는 유연성을 자랑하듯 허리를 굽혀 땅짚기 시범을 보였다.
이에 이창훈씨가 “생각보다 굉장히 유연한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시하자 이 후보는 “아내가 보면 숏다리라서 잘된다고 할 겁니다”라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개그맨 김대희씨는 “젊은이들은 대상으로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에 대해 앙케이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후보는 연애시절 양다리를 걸치지 않았을 것 같은 1순위로 뽑혔다”며 이 후보의 연예시절을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연애를 하면서 어떻게 양다리를 걸치나. 연애는 열병이 나 그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 건데”라고 답했다.
개그맨 김준호씨는 “앙케이트에는 이후보가 술이 아무리 취해도 필름이 끊긴 적이 없었을 것 같다는 항목도 있다”며 “주량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필름 끊긴 적은 없고 적당히 한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주량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이같은 연예인들의 시시껄렁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비난하는 의견이 쇄도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윗몸굽히기와 부인 한인옥씨가 자신을 대두-숏다리라고 놀린다는 얘기 등은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후보가 ‘단독TV 토론’을 추진하자 SNS에서는 2002년 이회창 후보와 연예인들이 주고받은 질의응답 어록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김용민 ‘나는 꼼수다’ PD(funronga)는 “예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TV 토론하니까, 이회창도 형평성 운운하며 했지요. 단독으로. 개그맨 불러다놓고”라며 당시 언급을 정리해 올렸다.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jk_space)은 “박근혜 단독토론 예고편?”이라고 비꼬았고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baltong3)도 “이게 토론?”이라고 반문했다.
트위터 이용자 ‘lsk***’은 “지난 2002년 이회창 후보의 단독 토론회는 당시 ‘쇼’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라며 “한나라당 지지자, 섭외 게스트들의 질문이 이회창 후보의 정책을 홍보할 기회를 주거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했다.
‘frien****’도 “이회창도 토론회에서 스트레칭만 하고 나왔고 사람들에게 패러디 소재만 제공했죠”라고 회상했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나 홀로 토론회를 하느니 이명박근혜 정권의 탄생을 약조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국민들께 유용한 전파 사용방법이라고 제안 드린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TV토론은 대선후보의 철학과 비전, 정책을 검증해 국민의 선택을 돕기 위한 것이지 대선후보의 홍보를 위한 장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 김삼수 팀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의 ‘단독토론’ 추진은 정략적 판단에 따른 뻔히 보이는 수법”이라면서 “국민들은 그런 것에 속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토론을 기피하고 이미지로 유권자들과 접하려는 것은 정책적 비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당선에만 뜻이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는 제일 먼저 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지만 명확한 정책적 메시지를 던져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한 인터넷카페에 올라온 ‘2002년 이회창 후보의 ‘TV토론’ 주요 언급’ ◎ 연예인들과의 대화편 이창훈 : 평소 몸관리를 권투로 하신다던데... 요새는 어떻게 몸관리하시는지? 탁재훈 : 유머감각이 뛰어나시다는데 알고있는 가장 재미있는 얘기를 부탁합니다. 김대희 : 연애시절 양다리 안걸쳤을 것 같은 1순위로 뽑히셨습니다. 김준호 : 필름 끊긴 적 없으시다면서요. 주량 어느 정도 되십니까? 김건모 :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작쑈라는걸 만천하에 밝힌 당황스런 발언) 마지막으로 사회자 손범수의 기똥찬 한마디. 이회창 : 진땀이 다났습니다...
이창훈 - 이 후보가 무릎을 펴고 손을 땅에 붙일 수 있는 유연함의 소유자라 것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이상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