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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압박’이 통했나?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유턴하다[기자수첩] 북미정상회담 이전과 이후 완전히 달라진 칼럼…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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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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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3  08:40:32
수정 2018.06.13  09: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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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을 막지 못하는 것, 타고 다닐 비행기 한 대 없는 빈곤 집단의 우두머리가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듯 쇼를 할 수 있는 것, 한국민의 생사가 걸린 회담장에 태극기가 없는 것 모두는 결국 한국민에게 ‘결기’가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북핵 개발 초기에 미국이 폭격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우리 국민이 결기 있게 나섰다면 전쟁 없이 북핵 문제는 끝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런 결기는 불가능하다.” 

오늘자(13일) 조선일보 26면에 실린 양상훈 주필의 칼럼입니다. 이 칼럼을 주목한 이유는 이른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파문’ 때문입니다. 강효상 의원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양상훈 주필 칼럼의 논조를 문제 삼으며 파면을 요구한 게 지난달 31일입니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해당 언론사 주필 파면을 요구한 것도 문제지만 그 이유가 칼럼 논조 때문이었다는 것은 더 문제였습니다. 일부 조선일보 기자들이 강효상 의원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이유입니다. 

사실 조선일보는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강경한 논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기사는 물론 사설과 칼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5월31일) 양상훈 주필의 칼럼이 주목받은 건 그동안 조선일보의 강경한 논조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필이라는 위치, 조선일보 논조와 ‘조금은 다른’ 기조를 감안했을 때 북미정상회담 이후 상황에 대해 보수가 전향적인 사고로 대비하지 않으면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강경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北 비핵화 믿으면 바보라지만 때로 바보가 이기는 게 역사라던 양상훈 주필 

그런데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양상훈 주필의 칼럼은 지난달 31일에 실린 그의 칼럼 논조와 완전히 대비됩니다. 한 사람이 쓴 칼럼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논조가 극과 극을 달립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공개편지를 통한 압박’이 주효했던 걸까요? 양상훈 주필은 지난달 31일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도 속으로는 ‘북 비핵화’를 믿지 않을 것 같다. ‘북한 어딘가에 핵폭탄이 숨겨져 있을 것’이란 추측은 ‘합리적 의심’이다. ‘합리적 의심’이기 때문에 한·미의 머리 위에 항상 떠 있는 구름이 된다. ‘북에 숨겨진 핵폭탄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북은 NCND(확인도 부인도 않는)로 나올 것이다. 국제사회는 시간이 흐르며 북을 이스라엘과 같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취급하게 된다. 이것이 김정은이 추구하는 목표라면 상당히 현실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민은 바보가 된다. 그런데 때로는 바보가 이기는 경우가 있다. 북한 땅 전역에서 국제사회 CVID 팀이 체계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그 자체로 커다란 억지 효과가 있다. 북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될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대놓고 ‘서울 핵폭발’ 위협은 하지 못한다. 관계자 한 분은 이렇게 말했다. “북이 속이겠다고 작정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다만 한동안 도발은 하지 못한다. 그 기간에 북 정권이 어느 정도 개혁·개방해 폭력성·위험성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북에 국제 자본이 들어가면 실제 그런 효과가 생겨날 것이다. 결국 북이 무너질 수도 있다. 누가 알겠나.” 그렇게 되면 한국민은 전투에서는 져도 전쟁에서는 이기는 ‘전략적 바보’가 될 수 있다.”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른바 도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 그리고 김정은 정권의 개혁·개방은 그럴 가능성을 더 높일 거라는 주장입니다. 사실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지만, 이런 주장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선일보 주필이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던 칼럼이었습니다. 더구나 기사와 사설 등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기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나온 칼럼이라 주목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양상훈 주필은 ‘최악의 상황’까지 거론하면서 “어느 날 북핵이 싹 없어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사실 이게 현실적인 사고입니다. 수십 년간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으면서 미사일과 핵개발에 나섰던 북한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북핵을 폐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단계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양상훈 주필은 지난달 31일 칼럼 마지막 부분을 이렇게 썼습니다. 

양상훈 주필의 180도 유턴한 칼럼 … 강효상 의원 압박이 통했나? 

“물론 최악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대북 제재가 해제되고, 주한미군이 축소·철수·변경되고, 이 흐름을 되돌릴 수 없게 됐을 때 ‘북에 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공개될 수 있다. 북이 지금과 같은 폭력 집단 자세로 한국을 깔고 앉으려 나오면 한국민은 진짜 바보가 되고 만다.

누구나 기적을 바라지만 어느 날 북핵이 싹 없어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북핵 급류는 어느 굽이를 돌고 있다. 이 굽이 다음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고비에서 시간과 역사는 결국엔 노예제 스탈린 왕조가 아니라 자유와 인권의 편일 것으로 믿을 뿐이다.”

‘이랬던’ 양상훈 주필이 오늘(13일) 갑작스레 논조를 ‘유턴’합니다. 모든 것이 쇼였고 “대한민국 전체가 농락을 당한 것 같다”고 개탄합니다. 불과 2주 전 “누구나 기적을 바라지만 어느 날 북핵이 싹 없어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유연한 사고를 보였던 양상훈 주필이 오늘(13일) 칼럼에선 자신의 논지를 ‘슬쩍 수정하며’ 방향을 틀어버립니다. 

“어떤 회담 결과가 이렇게 궁금한 적도 드물었다. 상식적 추론으로는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수가 없는데 포기한다고 하니 그런 기적이 정말 일어날 것인지 궁금했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속이려는 것이라면 그 사기 문서는 어떤 내용일지도 궁금했다. 필자는 미·북이 그럴듯한 북핵 폐기 합의문을 발표하고 북은 핵물질을 수많은 땅굴에 숨겨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진실이 드러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고 진실이 드러난 뒤엔 북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회담이 끝난 결과 합의문 자체가 완벽한 맹탕이다. ‘기적은 역시 없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농락을 당한 것 같다.” 

이런 말씀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저는 양상훈 주필이 좀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상훈 주필은 “필자는 미·북이 그럴듯한 북핵 폐기 합의문을 발표하고 북은 핵물질을 수많은 땅굴에 숨겨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진실이 드러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고 진실이 드러난 뒤엔 북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고 했습니다. 지난 번 자신이 쓴 칼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말은 좀 정확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양상훈 주필이 ‘걱정’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한국 보수진영도 이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뉴시스>

북핵 보유 기정사실화에 대한 우려 표명? 그런데 왜 강효상 의원이 파면 요구를 했을까요

한 말씀 더 드리면, 조선일보 주필이 “북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걱정”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 의원이 파면 등을 요구하며 ‘공개편지’를 썼을 리가 있겠습니까? 양상훈 주필은 지난번 칼럼에서 분명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이 사실상 핵보유국 돼도 정보, 자유, 인권 스며들어 체제에 근본적 변혁이 오면 우리는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이길 수도 있다”고 말이죠. 

그런데 오늘자(13일) 칼럼에선 “최근 1년 사이 우리는 나라 안팎에서 유난히 많은 쇼를 보고 있다. 연출 기술도 뛰어나 사람들 눈을 홀리는 쇼가 연이어 벌어지더니 싱가포르의 ‘역사적’ 쇼까지 왔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화려한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꺼지면 관객만 남는다”고 말합니다. 강효상 의원의 압박이 통했던 걸까요? 아니면 양상훈 주필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가졌던 기대가 컸던 걸까요? 전자라면 매우 우려스럽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후자라면 ‘지난번 칼럼’에 대한 설명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오늘자(13일) 한겨레 사설 잠깐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이 부분을 언급하는 이유는 지난번 양상훈 주필의 칼럼과 ‘내용면에서’ 통하는 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음번 칼럼은 오늘과는 다른 논조를 기대한다는 부탁도 드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이 중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데 속도를 높인다면 제재 해제도 빨라질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정상이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한 만큼 후속 회담을 신속하게 진행해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합의를 보아야 할 것이다 … (중략)

북-미가 정상회담을 통해 전례 없는 변화를 약속했지만, 이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일 뿐이다. 앞으로 가야 할 여정에 어떤 방해물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이 모든 난관을 넘어서야만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열린다고 할 수 있다. 남-북-미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서로 마음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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