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보궐이사를 선임하자 자유한국당이 이에 반발, 국정감사가 파행을 겪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는 어느 한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중단될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을 향해 조속한 복귀를 요청했다.

▲ 26일 파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사진제공=뉴시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 국정감사 대책회의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의 국정감사 중단 결정과 상관없이 남아있는 국정감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을 재확인 했다”며 “자유한국당 소속 상임위원장의 국정감사 거부시 국회법 제 50조에 따라 위원장 직무 대리를 통해 국정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방통위의 보궐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오늘 선임된 보궐이사 2인은 우리 당이 추천한 분들이 아니고 원내지도부나 과방위원들도 오늘 기사를 통해서 알게됐다”며 방통위가 전적으로 추천권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사퇴한 이사의 추천은 여당 몫이니 기존의 관례대로 여당인 우리당이 추천할 수 있으나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현행법이 규정한 대로 방통위가 임명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며 “여야 추천권이 법으로 명시되지 않는 한 지금까지의 정치적 관행을 깨고 이제는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방송문화진흥회법 제 6조에는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고 돼 있지만 여야 추천권과 그 비율에 대해서는 명시돼있지 않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사퇴한 방문진 이사들이 구(舊) 여권 추천 이사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보궐이사 추천권이 자당에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보궐이사 선임과 관련해 이날 방통위를 항의 방문했지만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여야가 바뀌었을 때는 여당의 추천 몫은 바뀐 여당에서 하는 거고 전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방통위는 이날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보궐이사로 선임했다.

▲ 26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만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제공=뉴시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통위가 방송문화진흥회법이라든지 관련법을 무시하고 방문진 이사 선임을 불법강행 날치기 했다”며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이 아니라 방송장악위원장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 의해 여당 자리에서 물러난 주제에 여당 몫을 자신들이 행사하겠다고 하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논리전개인가”라며 “주인에게 쫓겨난 주제에 방을 내어놓으라고 드러눕는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자신들이 망친 공영방송을 바로잡는 것을 가로막기 위해 국감을 볼모로 잡는 행태는 너무 막무가내지 않은가”라며 “생떼 그만 쓰고 국감에 충실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오늘 오후 의원총회를 통해 국감 보이콧을 결정해 국회 운영을 파행시키려 하고 있다”며 “보이콧까지 하려는 건 전 정권에 기여한 방송적폐 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보은 차원의 블랙코미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만약 자유한국당이 생떼식 국감 보이콧으로 국회를 파행시키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자유한국당이 져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26일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 이사 선임과 관련, 규탄결의대회를 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보궐이사 선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아울러 “조속한 시일내에 이사회를 열어 MBC 파괴의 주범인 김장겸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방문진이 공영방송 MBC의 관리감독기구로 제 기능을 하도록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도 함께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3일째 장기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언론노조 MBC 본부도 “방문진은 즉각 이사회를 소집해 MBC 파괴의 주범인 김장겸의 해임을 의결해야 한다”며 “이는 공영방송 이사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는 “오늘 일부 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방통위의 정당한 권한 행사와 MBC 정상화를 방해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진정 책임있는 공당으로 국민 앞에 다시 서고 싶다면, 이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