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혁신안을 내놓은 가운데 정의당은 “자유한국당의 혁신은 ‘박근혜 출당쇼’로는 불가능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국정농단의 공범으로서 한 행태를 뼈져리게 반성하고 진정한 혁신의 길을 찾기 바란다”며 이같이 논평했다.

혁신위는 이날 발표한 제 3차 혁신안에서 “자유한국당은 2016년 4월 총선 공천실패로부터 2017년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며 “만약 자진탈당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에 따른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계파 전횡으로부터 비롯된 국정실패에 책임이 가장 무거운 서청원 의원 및 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출당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른바 ‘진박 감별사’ 등을 자처하며 총선 공천과정에서 전횡을 부린 나머지 의원들도 책임을 통감하고 당의 화합을 통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절연 선언’인 셈이지만 이날 발표문에는 이른바 ‘국정농단 게이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아울러 혁신위는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아야 할 최소한의 예우는 물론 자연인으로서 인권 침해없이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보수층들의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추 대변인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혁신을 말하면서 여전히 구태정치만 반복하고 있다”며 “‘김장겸 구하기’를 핑계로 정기국회에 어깃장을 놓더니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묻지마 반대’로 부결시켰다. 민의가 아닌 당리당략만을 따르며 국회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유한국당에게 혁신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대여투쟁을 하는 시점에 박 전 대통령이나 다른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하는 논의를 일단 중단시켜야 한다”며 “이같은 제안을 하는 와중에 언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혁신위의 인적쇄신안은 당에 대해서 권고하는 것”이라며 “종국적인 집행기구가 아니고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권고하는 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권고안을 토대로 당내 의견을 모아 집행여부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을 전후에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혁신위는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복당을 원하는 경우,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한 ‘체제수호’는 물론 신보수 노선의 강화를 위해 분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전제로 대승적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내용을 혁신안에 담았다. 이를 두고 차후 바른정당과의 ‘보수대연합’ 가능성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